본문 바로가기

미투의혹·절도·음주운전·불륜…온갖 추문들, 걸렸다하면 민주당

중앙일보 2020.07.13 05: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2071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20710

 
#1. 절도죄로 기소된 이동현(50) 부천시의회 의장이 1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 3월 24일 오전 부천시 상동 소재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다른 이용자가 놓고 간 현금 70만원을 임의로 가져간 혐의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노동특보를 지낸 이 의장은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쳐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해 탈당계를 냈다”고 했다. 그는 앞서 기소된 알선뇌물약속 등 혐의와 병합해 재판을 받는다.
 
#2. 같은날 새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강남구의회 이관수(37) 의장이 주차돼있던 차량 4대를 크게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현장에 있던 경비원에게 붙잡힌 이 의장은 술냄새를 풍겼다고 한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넘겨진 뒤 음주 측정을 거부하다 입건됐다. 해당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엔 “우리 아파트 주민도 아닌데 여기서 왜 사고를 낸 거냐”, “재건축에 도움은 못 줄망정 한심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3. 지난 3일 전북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동료 여성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로 물의를 빚은 A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이던 그는 지난달 12일 불륜 사실을 인정하며 탈당계를 제출했는데, 그 이후에도 해당 여성과 공개 소란을 빚다 시의회에서 강제 제명을 당했다. 지난 1일 A의원이 다짜고짜 여성 의원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하며 한 말이 이랬다. “할 말 있으면 해 봐. 너 나하고 간통 안 했냐?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총선 압승 석 달을 맞는 민주당에서 기초의회 구성원들이 빚어낸 풍경들이다. 중앙당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에선 “180석은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결과”(이해찬 대표)라던 총선 직후 환희와 감격은 옅어진 지 오래다. 10일 들이닥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 의혹 및 사망 소식은 먹구름 낀 민주당 기류에 결정적 찬바람을 불어넣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구성원들의 ‘정치적 자책골’이 잇따르고 있다”(여권 인사)는 말이 나온다. 야당 배제, 정책 실패에다 도덕성 논란까지 겹쳐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절도·음주운전·불륜 등 기초의회 ‘3종 세트’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민주당은 크고 작은 내부 악재를 겪었다. 시작은 초선 의원들의 자질 의혹이었다. 5월 초 불법 부동산 투기 확인으로 양정숙 의원을 제명하자마자 ‘윤미향 사태’가 터졌다. 이후 이수진(비례) 의원 역시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양향자·임오경 의원은 각각 삼성 이재용 부회장 두둔 발언, 스포츠계 성폭력 피해자 책임 발언을 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잇따른 정책 실패는 ‘거여(居與) 독주’ 비판을 가속화했다. 6·17 부동산 대책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이 겹쳐 6월 내내 젊은 층 민심 이반이 가시화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스1]

 
이런 저런 악재속에서도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던 민주당이지만 9일 밤 전해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사망 소식과 성추문 의혹으로 메가톤급 타격을 받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또다시 성범죄 프레임이 작동됐다는 게 뼈아프다. 박 시장이 과거 여러 성폭력 피해자를 변호해온 점을 들어 ‘위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에는 이틀 만에 5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향후 민주당 지도부가 박 시장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흐름이 움직이고 이는 차기 대선 등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판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주의 기본 전제는 ‘불확실성의 제도화’인데, 거대 여당에 축이 쏠려 있으면 건전한 견제 없이 내부 사고가 잇따르고, 그에 대한 대처도 느슨해진다”고 지적했다.
 
거여 실패엔 멀지 않은 전례가 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압승한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넉 달 뒤(8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옛날 속담이 생각난다”며 잇따른 대통령 측근·당 지도부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0일 민주당이 40%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권 초 최고치 (2018년 6월2주차 56%)보다 1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