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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의 시선] 이생집망, 삼생집망

중앙일보 2020.07.13 00:42 종합 28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올 한 해 재정적자 전망 112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 올해 말 나랏빚 840조원. 2년 뒤면 1031조원…. 나라 회계 장부가 온통 시뻘겋다. 소득주도성장과 포퓰리즘이 생채기를 낸 위에 미·중 무역분쟁이 소금물을 뿌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균 가득한 구정물을 묻힌 결과다.
 

인플레와 478조 사모펀드 불안
집값 자극 요소 곳곳에 널렸는데
정부는 효과 적은 세금 때리기만

거센 재정적자의 소용돌이다. 그나마 여기에 맞서(?) 적자를 줄인 1등 공신이 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두 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서는 열심히 세금을 올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양도소득세 같은 부동산 세수가 2014~2018년 4년간 32조원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양도세·종부세율을 올린 2017년 8·2대책과 2018년 9·13대책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효과 만점이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세율을 올렸더니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증폭 효과가 생겨 세수가 왕창 늘었다. 덕택에 무려 스물두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김현미 장관은 고군분투하는 ‘재정건전성 수호천사’가 됐다.
 
그 뒤에서 국민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하릴없이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을 되뇐다. 조용히 살고 있는데 갑자기 집값이 뛰어 졸지에 종부세를 더 내게 된 국민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 정부와 여당은 정치 쇼를 벌였다. 청와대 인사와 여당 국회의원, 고위 관료에게 “집 한 채 남기고 다 팔라”고 했다. 그러나 노골적인 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게 즉효다. “청와대 인사들이 암암리에 집을 다 내놓았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곳곳에 지뢰다. 당장 떠오르는 불안 요인만 세 가지다. 우선 인플레이션이다. 돈이 너무 풀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어찌 될 지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될 때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익히 경험한 바다.
 
빚을 잔뜩 걸머진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수도 있다. 1000조원을 넘나드는 나랏빚도 돈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법이다. 1·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영국이 국가채무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생산 시설 재배치’ 역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소다. 싼 임금을 찾아갔던 공장이 본국으로 유턴하면 생산비가 오르게 마련이다.
 
둘째, 돈이 갈 데가 없다. 세금을 뗀 정기예금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 벤처 투자? 지난해 사상 최대였다는 벤처 투자 금액이 4조3000억원이다. 1130조원 시중 부동자금에 비하면 고작 0.4%다. 478조원에 이르는 사모펀드는 툭 하면 사고다. 여기서 돈이 빠지면…. 조마조마하다. “금융감독원은 뭐 했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터질 뇌관은 놓아두고 다 끝난 키코(KIKO)에 매달렸던 금감원이 어떻게 사과할지 궁금하다.
 
불안 요인 셋째. 교육 정책이 부동산을 들쑤셨다. 지난해 말 자사고·특목고를 없앤다는 발표가 나오자 교육 특구인 서울 강남·목동 등지의 부동산이 들썩였다. 그러지 않아도 강남·목동 등지는 교육 노마드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그야말로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그 영향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곳곳에 살얼음인 가운데 정부가 엊그제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다시 세금 폭탄이다. 이번엔 거의 핵폭탄급이다. 종부세 최고세율이 지난해 12·16대책의 두 배가 됐다.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은 ‘갸우뚱’이다. 단기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는 ‘글쎄올시다’라고들 한다. 세입자들은 세금 부담의 불똥이 전·월세금으로 튈까 봐 전전긍긍이다.
 
범죄율을 낮추는 데는 형량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로등을 달고, 배고파 빵 훔치는 사람이 없도록 복지를 늘리며, 양극화를 해소해 불만을 줄이는 것이 모두 범죄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더 복합적일 수 있다. 금융·교육·산업·벤처·교통 등등 정말 세상만사가 어우러져야 하는 분야다. 세금만 무기 삼아서는 될 일도 그르친다.
 
조금은 깨달았을까. 정부도 곧 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도심 재건축은 ‘No’란다. 하도 “공급, 공급”하니, 그저 마지 못해 “그래, 공급”하는 듯한 모양새다. 걱정이다. 이 정부는 ‘이생집망’도 모자라 ‘삼생(三生)집망’ 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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