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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디즈니, 페이팔>BOA…간판기업 다 바뀌었다

중앙일보 2020.07.13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기업 순위를 바꾼 주인공들. 왼쪽부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페이팔의 대니얼 슐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

기업 순위를 바꾼 주인공들. 왼쪽부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페이팔의 대니얼 슐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49)가 세계 7위의 부자가 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을 제쳤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0일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0.78% 상승한 1544.65달러에 마감했다. 주가에 발행 주식수를 곱한 시가총액은 2865억 달러(약 345조원)를 기록했다. 기존에 세계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였던 일본 도요타자동차(1999억 달러)를 큰 폭으로 제쳤다.
 

코로나 격변, 글로벌 시총 1위 교체
테슬라, 시총 3배 넘던 도요타 추월
머스크, 버핏 제치고 세계 7위 부자

그래픽칩 엔비디아도 인텔 넘어
“이기는 말에 자금 몰리는 것”
한국도 ‘BBIG’ 올 시총 100조 늘어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는 이 회사 지분 20.8%를 소유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머스크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595억 달러에 이른다. 머스크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막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받는다. 머스크는 2018년 “월급이나 보너스는 한 푼도 안 받는 대신 스톡옵션을 받겠다”고 선언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10년간 12차례에 걸쳐 주당 350달러에 테슬라 주식(총 2030만 달러어치)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지난 10일 주가와 비교하면 77%가량 싼값이다. CNN 방송은 “스톡옵션이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6)다.
 
상장 10년만에 시총 1위 등극한 테슬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장 10년만에 시총 1위 등극한 테슬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글로벌 산업계의 지형과 순위를 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도요타의 시가총액(2312억 달러)은 테슬라(757억 달러)의 세 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 자금이 ‘포스트 코로나’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달 초를 고비로 테슬라가 도요타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기업들, 코로나19 전후 시가총액 역전

글로벌 기업들, 코로나19 전후 시가총액 역전

자동차뿐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기획기사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 페이팔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코로나19 이후 시가총액 역전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지난 10일 뉴욕 증시에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413억 달러로 디즈니(2156억 달러)를 크게 앞섰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물게 된 사람들 덕분에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지난 1분기에만 1600만 명이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의 시골 마을에서 DVD 대여 업체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자랑하던 97년 역사의 디즈니를 추월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60)가 창업 2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월가 게임의 룰을 벗어난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월가 게임의 룰을 벗어난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융에서도 ‘비대면’으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간편결제·송금 업체인 페이팔은 지난 10일 시가총액(2094억 달러)에서 116년 역사의 초대형 상업은행인 BOA(2084억 달러)를 앞섰다. 페이팔의 CEO인 대니얼 슐만(62)이 2015년 e베이에서 회사를 분리해 나온 지 5년 만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BOA의 시가총액(3112억 달러)은 페이팔(1269억 달러)의 2.4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대면 업무가 많은 BOA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은 코로나19의 수혜주로 떠올랐다.
 
10년 전 ‘차·화·정’처럼 코스피 주도종목 ‘BBIG’로 
 
반도체에선 그래픽칩에 강점을 가진 엔비디아가 인텔을 눌렀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미국 1위(시가총액)의 반도체 업체가 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게임의 이용시간이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주력인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BBIG 10개 종목 시총 100조 늘어

BBIG 10개 종목 시총 100조 늘어

글로벌 경쟁 기업의 시가총액 역전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마에서) 이기는 말에 늦지 않게 올라타려는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피크테투신투자고문의 마쓰모토 히로시는 “주가가 과열돼 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그래도 미래를 먼저 사려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선 이른바 ‘BBIG’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다. BBIG는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지난달 말 기준)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22조63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의 주가 상승률은 79%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달 들어선 네이버의 기세가 삼성바이오보다 더 강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말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4위였던 네이버는 지난 10일 3위로 올라선 반면 삼성바이오는 같은 기간 3위에서 4위로 밀렸다. 국내 정보통신기술 기업 중에선 카카오(7위)와 엔씨소프트(10위)도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 10일 기준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101조원에 이른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올해 상반기 12조2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시가총액도 8조8000억원 불어났다.
 
BBIG 관련주의 강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증시를 주도했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을 내놓은 미국의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핀란드의 노키아를 추월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하지만 ‘차·화·정’의 중심축이었던 자동차와 정유는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술적 역량을 갖춘 BBIG 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 가운데 펀더멘털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10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판 뉴딜의 두 축으로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강조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전수진·성지원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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