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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배앓이 일으키는 주범 생채소, 물에 5분 이상 담갔다 씻어 먹어야

중앙일보 2020.07.13 00:04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여름철 극성 식중독 대처법 무더위에는 한두 번쯤 음식 때문에 배앓이와 설사를 겪는다.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식중독이 잘 발병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5년간(2015~2019년)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발생 현황에 따르면, 6~9월에 환자의 90%가량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병원성 대장균은 대장·소장의 장 세포에 침입하거나 독소를 생성해 증상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말한다. 식중독의 원인 식품군으로는 채소류가 55%로 1위였다. 여름에는 대장균에 오염된 채소 때문에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포장된 샐러드용 채소도 세척을
조리 도구는 식품 종류별 다르게
가벼운 설사엔 지사제 쓰지 않기"

 
 샐러드를 비롯한 생채소가 식중독의 주요 원인인 이유는 뭘까. 차움 소화기내과 오수연 교수는 “육류·생선류는 주로 조리해 먹기 때문에 대장균이 사멸할 수 있지만 샐러드나 생채소는 날로 먹는 데다 제대로 세척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어 상대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채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가축의 분변에 오염된 물이 닿거나 오염된 물로 세척한 경우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될 수 있다. 조리 과정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오염되기도 한다. 게다가 여름에는 높은 온도 탓에 세균의 번식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다. 특히 30~35도에서는 2시간이면 병원성 대장균 1마리가 100만 마리까지 증식한다.
 
 
냉장 보관 후 이른 시일 내 섭취
 
건강해지려고 챙겨 먹은 샐러드가 자칫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건 최근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1인 가구 증가로 간편식인 샐러드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약처는 ‘샐러드에 대한 소비자 취급 현황과 안전성’을 조사해 올해 초 발표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필름이나 진공 포장한 샐러드, 용기에 든 샐러드 등 다양한 포장 상태로 유통되는 샐러드는 세척 후 섭취해야 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척 문구’를 확인하지 않는 비율이 60%로 높게 나타났다. 샐러드를 최대  
 
7일까지 보관해 섭취하는 경우도 30.7%였다. 유통기한(보통 3~4일)이 지난 샐러드를 섭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이다. 하루 이내에 소비 시 상온에 방치한다(2.7%)는 의견도 있었다.
 
 식중독은 대개 설사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유아, 면역 저하자, 과로로 육체 피로가 심한 사람의 경우엔 식중독으로 인한 장염이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오 교수는 “식중독으로 심한 탈수 증세가 오면 신부전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균이 장내에서 번식하다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식중독은 사소한 생활습관을 교정해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샐러드와 생채소는 반드시 씻어서 먹어야 한다. 씻는 방법도 중요하다. 식약처의 식중독 예방 지침에 따르면 채소류는 식초 등을 넣은 물에 5분 이상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하는 게 좋다. 오 교수는 “흐르는 물만으로는 물이 충분히 닿지 않는 곳도 생겨 꼼꼼하게 씻기지 않는다”며 “물에 담가 채소의 표면에 물이 고루 닿을 수 있도록 한 뒤 흔들어주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씻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절단 작업은 세척 후에 한다. 칼·도마로 발생하는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조리 도구는 육류용·해산물용·채소류용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게 좋다. 손질하기 전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도 중요하다.
 
 세척·소독한 채소는 바로 섭취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식약처가 시중에 유통 중인 샐러드를 구입해 대장균을 인위적으로 오염시켜 보관 온도(4·10·25·37도)별로 증가 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냉장 온도(4·10도)에서 대장균은 4~10일 동안 증식이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온(25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세균 수가 빠르게 증식했다. 오 교수는 “여름철에는 상온에 반나절만 놔둬도 상해서 탈이 날 수 있다”며 “세균이 만든 독소는 가열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상온에 둔 음식은 아예 먹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설사만 할 땐 국물로 수분 보충
 
식중독 증상이 있을 때의 대처법도 숙지하는 게 도움된다. 오 교수는 “설사 정도의 증상만 있을 땐 수분과 전해질을 챙기면 된다”며 “설사로 배출한 수분량만큼 충분히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분·전해질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식품은 소고깃국·미역국 같은 국물이다. 꿀물이나 이온 음료에 소금을 약간 타서 먹어도 좋다. 물에 타 먹는 경구용 전해질 보급제를 진료 후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다.
 
 설사할 때 지사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오 교수는 “설사·구토는 몸에서  균을 빨리 배출하려는 과정”이라며 “하루 5~6번 정도의 설사는 일부러 멈추려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사제는 설사가 심해 탈수가 오는 경우 탈수를 예방할 목적으로 적정량 사용한다.
 
 설사뿐 아니라 맥박이 빠르게 뛰고 기운이 없으며 어지러운 증상까지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한 탈수 증상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액 치료 등이 필요하다. 오 교수는 “발열과 함께 물 설사가 아닌 콧물 같은 점액변·혈변이 나오면 세균이 장점막 세포에 감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라며 “극심한 복부 통증과 복부팽만, 직장 통증, 붉은 소변, 구토가 잦아들지 않을 때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이외의 증상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식중독의 다양한 원인균과 합병증 발생 여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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