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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의 인(人)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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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스트레스 풀고 짭짤한 용돈벌이···김 대리 위험한 이중생활

중앙일보 2020.07.12 05:00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지난해 8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인천국제1인미디어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함께 방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지난해 8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인천국제1인미디어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함께 방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에 관심을 갖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제로 축소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젊은 직장인에겐 유튜브가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해소 창구이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적인 창구로 여겨지기도 한다.
 

[김기찬의 인프라]
하고 싶은 것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돈도 벌 요량에
유튜버로 부업 전선 뛰어드는 직장인 늘어나는 추세
회사 업무와 적정선 찾지 못 하면 징계 해고 위험도

회사는 골치가 아프다. 유튜브 활동을 막아 꼰대 직장이란 소리를 듣기도 싫고, 그렇다고 회사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기밀이 누설될 수 있는 상황이 혹여라도 생길까 노심초사다.

직장인 유튜버 급증에 회사는 꼰대 이미지 걱정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튜브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이 63%나 됐다. 20대는 71%에 달했다. 50대 이상도 45%였다. 하고 싶은 이유 중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33%), 직장인 월급보다 많이 벌 것 같아서(22%) 등에 상당히 많은 직장인이 표를 던졌다. 그래서인지 부업(30%)이나 취미(28%)로 하겠다는 직장인이 많았다.
 
유튜버의 수입은 짭짤하다. 7살짜리 꼬마가 47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한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유튜버를 장래 희망직업 5위로 꼽은(교육부 조사)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유튜버의 소득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업 유튜버의 월평균 수입은 536만원이었다. 직장인처럼 부업으로 하는 유튜버는 월 333만원을 벌었다. 회사에서 받는 임금과 합치면 억대 연봉 진입이 가능하다.

소득 향상만 노리고 뛰어들면 유튜브 낭인 되기에 십상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포브스가 지난해 한국의 파워 유튜버 30인을 선정해 수입을 살펴봤다. 최소 연 8억2644만원을 벌었고, 최대 47억6112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런 고소득 유튜버와 파리 날리는 유튜버의 수익을 합산해서 평균을 내니 한국노동연구원의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매달 그 정도 벌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란 얘기다.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월평균 수입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월평균 수입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실제로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자신의 콘텐츠에 광고가 붙어야 한다. 그 기준이 구독자 1000명, 최근 1년간 시청시간 4000시간이다. 최근 유튜브에는 조회 수 부족으로 유튜브를 중단한다는 영상이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수십만에서 수백만원을 들여 장만한 장비만 날린다. 유튜브 낭인이 되기에 십상이란 얘기다.

돈 버는 건 고사하고 회사와 갈등 빚는 일 비일비재

수익창출의 어려움만 있는 게 아니다. 그건 개인의 사정 또는 능력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일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와의 관계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23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돌디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를 퇴사했다. 회사와 갈등 때문이다.
 
대부분 회사는 취업규칙을 비롯한 사규에 겸업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회사의 허가없이 직을 겸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종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식이다.
 
단위 : 명    자료:국세청

단위 : 명 자료:국세청

그렇다면 유튜버 활동을 돈을 버니 해고할 수 있을까? 아니다. 취업의 권리는 투잡이든 뭐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회사가 취업규칙으로 헌법을 위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원 판례(서울행정법원 2001년)도 개인 능력에 따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므로 겸직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취업규칙상 겸업 금지 규정 있어도 유튜브 활동 못 막아…헌법 위반

그렇다고 마음 놓고 유튜버를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회사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회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 회사의 이미지(신용)를 훼손하는 행위, 성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영업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등의 사유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칫하면 해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법원에서도 겸직 금지를 부당하다고 하면서도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이란 단서를 달고 있다. 지각이나 조퇴 횟수가 많아지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 징계 대상이란 얘기다.
 
유튜브로 회사의 일상을 소개하다 기밀을 누설할 수도 있고, 회사의 업무방식 등을 부지불식 간에 비난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 2013년 서울고법은 영업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대해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업무 지장 초래나 회사 비밀 누출 같은 일 생기면 징계 받을 수 있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도 마찬가지다.(서울행정법원 2011년) 회사의 명예와 관련된 20111년 판결은 인터넷 블로그에 연재된 인터넷 소설이 문제였다. 실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회사 임원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직원이라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S은행은 지난해 말 20대 여성 행원에게 인사 경고 조치를 했다. 이 행원이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직장 내 문화를 비꼰 게 인사 불이익으로 귀결됐다. 과도하게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풀려다 화를 입은 경우다.
 
때로는 회사 관계없이 유튜버가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회사로선 회사의 입장인 양 오해를 살 수 있다. 또 다른 기업리스크인 셈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유튜브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공공재로서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노사의 신뢰관계에 바탕을 두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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