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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 이후…‘코로나 저격수’ 발굴, 문제는 돌연변이

중앙선데이 2020.07.11 00:02 694호 8면 지면보기

치료제·백신 어디까지

코로나19 치료용 렘데시비르를 의료진이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용 렘데시비르를 의료진이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 ‘렘데시비르’가 국내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 속속 투약되고 있다. 차도가 뚜렷할 경우 앞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렘데시비르, 회복기간 31% 줄여
클로로퀸·칼레트라는 기대 이하
국내서도 4건 임상 2상 계획 승인

치료제 빠르면 연내 성과 가능성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3상 돌입

지난 7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국내 15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19 중증 환자 22명에게 렘데시비르 투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투약 비용은 무료(전액 국가 부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결정으로 지난 달부터 특례 수입된 렘데시비르를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다만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대상으로만 투약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부작용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경증 환자의 투약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서다.
  
중증 환자 회복 속도 높여 병상 확보 가능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240만 명(사망자 56만 명, 완치자 723만 명)을 넘어섰다. 렘데시비르 국내 투약으로 관심이 더욱 커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외 의료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렘데시비르가 선두주자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다. 그러나 마땅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렘데시비르 투약으로 중증 환자의 회복 기간이 15일에서 11일로 31%가량 줄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 국립보건원(NIH)이 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간 기능 이상과 호흡 부전 등 부작용도 논란이 됐지만, 바이러스 유전체 복제 기능을 파괴하는 항바이러스제라는 점에서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에 긴급 투약할 필요성을 인정 받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을 승인,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치료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본·싱가포르·인도 등도 렘데시비르 도입을 결정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렘데시비르를 쓰면 중증 환자 회복 기간이 줄어 병상을 더 확보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전체 의료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다른 치료제도 도입됐거나 연구를 거쳐 도입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달 ‘아비파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공식 승인했다. 아비파비르는 러시아 제약사 켐라르와 일본 후지필름 자회사 도야마화학이 합작한 신종플루 치료제 ‘아비간’의 복제약이다. 단,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이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와 달리 임상 초기 단계에 있다. 일본 내 임상시험에선 유효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나기도 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클로로퀸을 치료 목적으로 허용했다가 지난 달 긴급 사용을 취소했다. 심장 박동과 신경계 등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서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도 기대 반 의심 반의 결과가 나왔다. 식약처는 칼레트라 정제를 코로나19 치료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는 클로로퀸과 칼레트라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았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식약처가 지난 달까지 부광약품 ‘레보비르’, 신풍제약 ‘피라맥스’, 종근당 ‘나파벨탄’, 엔지켐생명과학 ‘EC-18’ 등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4건의 임상 2상 계획을 승인했다. 레보비르는 B형간염 치료제,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제, 나파벨탄은 급성췌장염 치료제, EC-18은 항암화학요법유발 호중구감소증(CIN) 치료제다.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이달 중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 임상 1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업 대부분은 이처럼 기존의 다른 질환 치료제에서 코로나19 관련 약효를 찾아 치료제로 발전시키는 식으로 개발 기간·비용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에 빠르면 연내에 치료제 분야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문제는 통상 치료제보다 개발이 까다로워서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백신이다. 사후 처방인 치료제와 달리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백신이 나오면 코로나19 불길을 잡기 쉬워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엔 최소 5년, 길게는 20년 넘게 걸린다. 특히 바이러스의 각종 변이(變異) 진행 상황과 추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19 발생 초기 바이러스에서 변이한 G형, G형에서 다시 변이한 GH형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라는 분석(국제학술지 셀)이 나왔다. GH형은 전염성이 기존 바이러스의 최대 6배 수준으로 강하다.
  
제넥신 백신 후보 ‘GX-19’ 임상 1/2상
 
그나마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비 주목할 만한 백신 개발 성과가 최근 영국에서 보고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2000명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 ‘AZD1222’의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연내 3상을 통과하면 내년 시판도 가능성이 있다. 다만 3상은 1~2상보다 통과가 훨씬 까다로워 낙관하기 이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백신 후보 물질, 중국 국영 제약사인 중국의약그룹(시노팜)의 자회사 CNBG가 개발한 백신 후보 물질는 각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제넥신의 백신 후보 물질 ‘GX-19’가 임상 1/2상 단계에 있다. 지희정 제넥신 사장은 지난 달 23일 “GX-19 임상 1상을 마치고 경쟁 제품과 비교해 우위를 확보하는 게 연내 목표”라며 “내년 초 추가 임상을 진행해 효능을 검증, 2022년 제품 허가를 받아 국민 대상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샘플 6만개 중 30% 변이…전염성 6배 강한 놈도
전 세계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이 빨리 나오길 바라지만 중대 변수를 간과할 수 없다. 바로 바이러스의 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 6만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30%가량이 돌연변이 징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서 어떻게 변이가 일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변이 발생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할수록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예컨대 미국과 유럽 확진자의 약 70%는 G형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S형(중국에서 발생한 원형 바이러스)과 V형(아시아에서 유행한 변종 바이러스) 감염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다르다. 여기에 국제학술지 셀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19 환자 999명 대상 연구에선 G형의 변종인 GH형까지 확산 중인데, 전염성이 기존 바이러스의 최대 6배로 매우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변이까지 고려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해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변이에 대한 정밀 연구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는 변이가 생긴 경우에도 약효를 보이는 등, 코로나19도 치료제 자체가 유효하다면 병원성을 잡아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백신의 경우 치료제보다 개발이 까다롭고, 변이가 지금 이상으로 심각하게 일어날 가능성까지 더 고려해야 해 전망이 불투명하다.
 
일단 치료제 쪽에서는 관련해서 일부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개발해 이달 중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인 코로나19 치료 항체는 최근 질병관리본부 중화능력 평가 시험에서 GH형 코로나19에 특히 강한(기존 바이러스 억제 효과의 10배)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은 “연내 임상 완료를 목표로 변종 바이러스에 강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신약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시행하는 총 4단계의 연구. 통상 1상에선 소수를 상대로 안전성을, 2상에선 적정 투약량을 연구하고 3상에선 수백~수천의 환자 또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한다. 4상은 약물 시판 후 부작용을 추적하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치료제는 3상까지 단계별로 수 개월, 백신은 수 년 걸리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동시에 뛰어든 시급한 선결 과제라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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