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벨 울려 대피…스프링클러는 없어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중형 종합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0명 사상’ 전남 고흥군 병원 가보니
70·80대 여성 환자 3명 사망, 27명 부상
병원 1층서 시작된 불·연기 위층 번져
소방당국, 화재 원인 전기적 요인 추정
이날 오전 3시42분쯤 이 병원에서 불이 나 70대 여성 환자 2명과 80대 여성 환자 1명 등 3명이 숨지고, 2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불이 난 병원 간판은 검게 그을렸고, 1층(397㎡) 내부는 모두 불에 타 아수라장이었다. 노씨는 "(화재 당시) 간호사가 119에 전화하고 난리였다. 그때가 (오전) 3시 반이 넘었다"고 했다.

전남 고흥 중형 종합병원 화재 상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60대 이상 노인환자 등 다수 발생
사망자 3명 중 2명(70·여)은 2층과 3층 계단에서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병원 6층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였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불로 전신 화상을 입은 환자(82·여)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오후 3시쯤 숨졌다.
병원에 있던 86명 중 20명은 1층 문을 통해 스스로 빠져나왔으나, 나머지 66명은 3층과 옥상 등에서 소방구조대가 사다리차 등을 이용해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고흥에서 이삿짐 사다리차를 운영하는 신복수(59)씨도 현장에 달려가 본인 사다리차를 이용해 6·7·8층에서 기다리던 환자와 간호사 등 6명을 구하기도 했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중형 종합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장비 35대, 인력 450명 투입 불길 잡아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병원에 있던 86명 중 대부분이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여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봤다. 불이 난 병원은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로 주변에 고흥버스터미널과 고흥읍사무소 등이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병원 관계자가 1층 내과와 정형외과 사이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인력 450명과 펌프차 등 장비 35대를 투입해 오전 6시1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86명이 있다가 날벼락을 당했다. 입원 환자 69명, 간호사 7명, 보호자 10명 등이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제외
해당 병원에는 자동 소화장치인 스프링클러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설립된 이 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다.
앞서 소방청은 2018년 190명(사망 39명, 부상 151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과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법령 개정 후 이 병원도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 포함됐지만, 2022년 8월 31일까지 유예 기간을 줘 아직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중형 종합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소방당국, 화재 원인 등 조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의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및 소방시설 작동 여부, 피해자 구조 경위, 소방·건축 등 관련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고흥=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