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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스트레스’ 친권·재산분할···호주선 AI 무료서비스 해준다

중앙일보 2020.07.10 05:00
 
결혼율은 낮아지지만 반대로 이혼율은 높아진다. 하지만 이혼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결국 갈라서기로 결정하더라도 자녀의 친권은 누가 가질지, 재산은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고 조정해야 할 일이 많다. 때로는 긴 법정 다툼도 각오해야 한다.   

호주 정부, AI 이혼 조정 시스템 도입
코로나 격리에 부부 갈등도 증가
"이혼 스트레스 줄이고 법원 업무도 감소"

 
호주 정부가 이런 조정과정을 돕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해 일반에 공개했다. 9일 ABC방송에 따르면 이 시스템에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정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친권·재산 배분 등을 제안해준다. 호주 정부가 개발에 참여한 이 서비스의 이름은 아미카(Amica). 아미카는 '원만한(amicable)'이라는 단어에서 따왔다. 개발에는 300만 호주달러(약 25억원)가 들었다. 
 
크리스천 포터 호주 법무장관은 "호주 정부는 가족법 시스템을 개선해 더 빠르고 단순하게, 더 적은 스트레스로 이혼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호주에서 인공지능으로 이혼하려는 사람들에게 친권, 재산 배분 등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 photoAC]

호주에서 인공지능으로 이혼하려는 사람들에게 친권, 재산 배분 등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 photoAC]

아미카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보를 입력하면 이혼을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을 AI가 해준다. 아이의 부양의무를 나눌 것인지, 누가 양육비를 지불할지는 물론, 집과 차량은 어떻게 할지, 키우던 개는 누가 맡을지 등 양육과 재산 배분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제안받을 수 있다. 물론 아미카가 내놓은 제안은 권고안일 뿐이며 실제 조정안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2005년 호주 빅토리아대학 연구진은 이혼하는 부부들의 법정 싸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누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를 조사해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이 아미카의 모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이트에는 어떤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작동하는지 자세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다. 
호주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혼 조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비스 이름은 아미카다. [아미카 공식 홈페이지]

호주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혼 조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비스 이름은 아미카다. [아미카 공식 홈페이지]

아미카를 사용하고 싶은 호주 부부는 올해 말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165~440호주달러(약 13만원~36만원)가량의 요금을 내야 한다.      

아미카를 통해 아이의 부양의무를 공유할 것인지, 누가 양육비를 지불할지는 물론, 집과 차량은 어떻게 할지, 키우던 개는 누가 맡을지 등 양육과 재산 배분에 관한 세부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아미카를 통해 아이의 부양의무를 공유할 것인지, 누가 양육비를 지불할지는 물론, 집과 차량은 어떻게 할지, 키우던 개는 누가 맡을지 등 양육과 재산 배분에 관한 세부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ABC방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봉쇄가 길어지며 갈등을 겪는 부부도 늘었다"면서 "그 결과 재판소에 쌓이는 이혼 서류도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 늘자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이혼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혼 문의가 늘고 있다. 호주 가정법원도 쏟아지는 이혼 신청에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ABC방송은 "아미카가 이혼하는 당사자들의 스트레스뿐 아니라 법원의 부담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고 전했다.   
 
하지만 아미카가 결코 만능키는 아니다. ABC방송은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것보다 저렴할지도 모르지만 부부 관계에는 여러가지 얽혀 있는 요소가 많다"면서 "아미카가 과연 얼마나 최적 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나라마다 인공지능을 재판에 도입하는 것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단계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판사가 맞춤형 질의를 통해 형사 소송 진행을 돕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구 133만여명의 에스토니아는 정형화되어 있어 분쟁 가능성이 적은 7000유로(910만원) 이하의 소액재판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판사가 결정하는 시스템을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발표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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