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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선] 윤석열 죽이기의 배후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2020.07.10 00:33 종합 28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시발점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였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태블릿PC에 대통령 연설 자료 등이 저장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농단 사건은 서막을 올렸다. 정호성 당시 대통령 부속실 비서관이 최씨에게 유출한 문건은 다양했다. 감사원장과 국정원장 인사안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 자료, 해외순방 일정, 각 부처들의 업무보고서 등이었다. 국무회의 때 지시할 내용이 사전에 전달된 것도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검찰과 사법부는 판단했다.
 

법무부 입장문 공무상 비밀 해당
누설 과정의 불법 여부 조사해야
청와대측 간여 의혹이 최대 쟁점

똑같은 관점에서 보면 추미애 장관의 입장문 초안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입수한 것도 공무상 비밀이 새나간 것에 해당된다. 최 대표는 조국 전 장관 아들을 위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을 한 것처럼 허위자료를 만든 혐의로 기소당한 피고인이다. 이 정부 들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비판했던 인물이다.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그럼, 추 장관의 입장문은 어떻게 빠져나갔을까. 법무부는 추 장관이 작성한 것을 보좌관이 전달했다고 했다.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 적었을 뿐”이라는 최 대표의 주장과는 다르다. 최 대표는 법무부와 교감하며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은 헛다리를 짚은 언론플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조직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것은 법무부가 빠짐없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을 유발한 채널A 사건에 대한 검찰의 설명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쉽게 말해 법무부의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이 추 장관을 제외시키고 대검 측과 협의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울고검장의 지휘를 받는 수사팀 구성안’을 단칼에 거부한 것은 추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 측이라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전직 고검장의 설명. “서울고검장이 수사팀장이 되는 것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협의를 한 것은 추 장관의 입장을 살려주고, 수사팀의 독립성도 보장하자는 일석이조의 성격이었다. 때문에 검찰 제안을 거절한 것은 추 장관이 아닌 다른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법무부 측이 보여온 기류도 비슷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윤 총장과의 대립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가 커지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추 장관은 동반퇴진이라는 시나리오가 여권에서 제기되는 것을 항상 염려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싸움을 오래 끌고 싶지 않았다는 얘기다.
 
차기 서울시장이나 대권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추 장관의 입장에선 청와대와 굳이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에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고, 민주당 대표로 있으면서 드루킹사건을 촉발시켰다는 정치적 부담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의 주장이 정치공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도 이런 상황논리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정부 때의 공무상 비밀누설은 직권남용과 짝을 지어 이뤄졌다. 이번 법무부 입장 가안의 유출은 그래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여권에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수사 1호 대상으로 윤 총장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최 대표가 그랬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 이상의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까. “살아 있는 권력을 치기 위한 것”이라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살펴보면 수사 대상은 좀 더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3000만원으로 100억원대 이상의 회사 경영권을 움켜쥔 이스타항공, 권력의 뒷배설을 의심받고 있는 사모펀드 옵티머스 사건도 실체적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정농단의 냄새가 솔솔 나오는 윤 총장 죽이기의 전모를 국민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취재를 할수록 추 장관 보다는 그 뒤에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세력이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성숙치 못한 이들이 권력을 잡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이번 사태는 잘 보여주고 있다. 집권세력을 똥파리 같은 기회주의자로 묘사한 대중 가수의 얘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이 정부의 현실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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