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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0㎞ 거리서 격돌…‘신박한’ 비대면 당구

중앙일보 2020.07.10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조명우가 8일 서울의 한 당구장에서 비대면 스리쿠션 대결을 펼쳤다. 독일에 있는 브롬달을 상대하며 카메라로 서로의 경기를 지켜봤다. 50점에 먼저 도달한 조명우가 승리했다. 박린 기자

조명우가 8일 서울의 한 당구장에서 비대면 스리쿠션 대결을 펼쳤다. 독일에 있는 브롬달을 상대하며 카메라로 서로의 경기를 지켜봤다. 50점에 먼저 도달한 조명우가 승리했다. 박린 기자

8일 서울 길동의 DS빌리어즈클럽에서 만난 조명우(22)는 스리쿠션 일대일 경기를 마친 뒤 “신박하다(‘신기하고 놀랍다’는 의미의 신조어)”고 말했다. 상대 선수는 옆에 없었다. 세계 최초로 비대면 형태로 열린 당구대회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랜선 대결’
한국~독일 화상연결 언택트 매치
신동 조명우, 황제 브롬달 꺾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구 국제대회는 3월부터 중단됐다. ‘랜선 대결’은 스페인 선수 다니엘 산체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스페인 방송사가 중계를 자청하며 대회가 성사됐다. 명칭은 세계캐롬연맹 버추얼 원캐롬 챌린지. 참가비와 우승상금은 1000유로(135만원)에 불과하지만, 세계 톱랭커 8명이 출전해 8일부터 5일간 우승을 겨룬다.
 
국가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감안해, 참가 선수들은 자신의 집 또는 당구장의 테이블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조명우 아버지 조지언 씨는 “이틀 전 당구장에 화상캠을 설치했다. 이런 이색 대결은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비대면 스리쿠션 대결을 앞둔 조명우가 카메라를 가리키고 있다. 박린 기자

비대면 스리쿠션 대결을 앞둔 조명우가 카메라를 가리키고 있다. 박린 기자

한국에서는 톱랭커 김행직(세계 8위) 대신 차순위인 ‘당구 신동’ 조명우(세계 10위)가 출전했다. 상대는 ‘황제’ 토브욘 브롬달(58·스웨덴·3위). 조명우는 지난해 국내대회를 6차례 우승한 유망주고, 브롬달은 세계선수권 7회 우승자다. 서울에 있던 조명우는 한국시간 오후 8시에, 독일에 머무르던 브롬달은 현지 시간 오후 1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두 선수 간 거리는 8600㎞에 달했다.
 
서로 떨어져 있어 상대 공의 위치를 정확히 재현할 수 없다보니 모든 이닝을 초구 포지션에서 시작했다. 50점을 먼저 도달하면 승리하는 방식. 조명우가 먼저 초구를 놓고 득점에 실패할 때까지 치면, 브롬달이 다시 초구로 시작했다. 두 선수는 미리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살폈다.
 
경기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조명우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채팅창에 ‘조명우 쇼’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결과는 조명우의 승리. 하이런(한 이닝 연속 최다점) 10점을 기록하며 16이닝 만에 50-47로 끝냈다. 조명우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땡큐”라고 인사를 건넸다.
조명우가 8일 서울의 한 당구장에서 비대면 스리쿠션 대결을 펼쳤다. 독일에 있는 브롬달을 상대하며 카메라로 서로의 경기를 지켜봤다. 50점에 먼저 도달한 조명우가 승리했다. 박린 기자

조명우가 8일 서울의 한 당구장에서 비대면 스리쿠션 대결을 펼쳤다. 독일에 있는 브롬달을 상대하며 카메라로 서로의 경기를 지켜봤다. 50점에 먼저 도달한 조명우가 승리했다. 박린 기자

 
생중계 카메라가 꺼지자 조명우는 “어휴~ 긴장돼 죽는 줄 알았네”라며 숨을 몰아쉬었다. 조명우는 “모니터로는 상대가 숨소리가 안 들린다. 떨고 있는지,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결국 나 자신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나도 상대도 매 이닝을 초구로 시작하다보니, 수비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공격에만 몰두했다”고 했다.
 
조명우는 다음달 육군에 입대한다. 그는 “마지막 국제대회가 2월 터키 월드컵이었다. 3월 독일 세계팀선수권대회는 연기됐다. 국제대회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참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비록 이벤트 대회지만, 입대 전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대2 온라인 비보이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김헌준과 김홍렬이 비보잉을 펼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달 2대2 온라인 비보이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김헌준과 김홍렬이 비보잉을 펼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이후 많은 스포츠 종목이 ‘언택트(Untact·비대면)’ 형태로 치러진다. 2024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이 유력한 브레이크 댄스는 3월부터 ‘비대면 온라인 배틀’을 열고 있다. 세계랭킹 1위인 한국팀 진조 크루는 5월부터 3차례 열린 온라인 국제대회를 석권했다.
 
진조 크루의 이승진 실장은 “라이브 영상을 통해 양팀 댄서가 비보잉을 겨룬다. 화면분할을 통해 DJ와 심사위원도 참여한다. 온라인으로 우리 춤이 전달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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