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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최민희 글 복사"라는데…진중권 "최민희가 군사재판 용어를?"

중앙일보 2020.07.09 18:17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한 ‘법무부 알림’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법무부가 정식으로 공표하지 않은 '알림'을 최 대표가 게시한 것은 공무상 비밀인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한 상황이 최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에게 유출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대표는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튿날인 9일엔 "최민희 의원의 글을 복사했다"면서 '법무부 알림'이 적힌 최 전 의원의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게시했다. 그는 "이미(8일) 7시 56분부터 최민희 전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가기 시작했다"며 "다른 분이 저희 팬페이지에 올린 글을 먼저 보았지만 반신반의하다 뒤에 최민희 의원 글을 발견하고 제목만 [법무부 알림]으로 다른 알림처럼 축약한 후, 마지막으로 제 의견을 짧게 달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최 의원의 페이스북에서는 해당 글을 찾을 수 없다.
 

진중권 "사적 네트워크 존재…국정농단 전형"

그러자 진중권 전 교수는 "두 사람이 올린 문언(文言)이 다르다"며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글을 퍼나르면서 굳이 문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며 "최강욱 의원이 올린 글에는 법무부의 가안에도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의 '가안'에는 '수명자' 같은 낯선 표현이 없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수명자'는 군사재판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며, 최 대표는 군 법무관 출신이다.
 
진 전 교수는 이어진 글에서 "최강욱은 최민희 것을 베껴 썼다고 했으니, 최민희가 원문에도 없는 군사재판의 표현을 만들어 집어넣었단 얘기"라며 "최민희 (전) 의원은 군대에 가지 않았고 법학을 공부한 적도 없는 걸로 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민희 것을 옮겨적은 것에 불과하다는 해명은 거짓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에서 "법무부 행정에 관한 논의와 정보를 공유하는 사적인 네트워크가 법무부라는 공적 조직 바깥에 존재한다는 얘기"라며 "전형적인 국정농단의 행태다. 어디까지 전파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글을 올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이 밖으로 누설된 셈인데, 이는 명백한 불법,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며 "사적 네트워크로 정보를 은밀히 전달받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9시 55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의 알림'을 게시했다.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이란 내용의 글이다.  하지만 20여분 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 혼선을 빚어 송구합니다"라며 해당 글을 페이스북에서 삭제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뉴스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뉴스1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 대표가 올린 '법무부 알림'은 추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이를 법무부 대변인에게 보냈고, 대변인은 그 내용을 다듬어 수정된 알림을 장관에게 보고했다. 대변인은 그 후 기자들에게 수정된 알림만 공지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기자들에게 공지된 사실을 보고받은 추 장관은 이후 '본인이 작성한 문안'과 '기자들에게 공지된 문안' 모두를 보좌진을 통해 주변에 알렸다. 법무부 대변인은 "장관은 두 문안 모두 기자들에게 공지하라는 뜻이었다고 이야기했다"며 "공지가 완료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보좌진을 통해 주변에 알리게 됐는데, 이 내용이 흘러흘러 최 대표까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정치권 "유출 경위 밝혀야" 촉구

 
한편 정치권에서도 입장문 유출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하지도 않은 법무부의 공식 입장문 초안이 친여 인사들에게 왜,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 추미애 장관과 최강욱 대표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법무부 내부에서 실제로 검토되던 가안이 어떻게든 정리된 형태로 외부에 유출됐고, 이를 일부 인사들이 공유한 것은 현재 첨예한 검찰개혁 국면에서 국민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추 장관이) 유출의 경위를 직접 조사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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