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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대지로, 이장은 허위 경작확인서...요지경 택지개발 보상

중앙일보 2020.07.09 18:15
김현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국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보상실태 점검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현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국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보상실태 점검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A씨는 어느 날 자신의 땅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속하면서 보상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의 토지는 용도상 ‘전(田)’이지만 이미 건축물이 세워진 상태였다. 전이나 임야에 건물을 지으려면 용도를 대지로 변경한 뒤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 행정절차를 어긴 것이다.
 

전→대지 둔갑, 보상비 3배 껑충 

하지만 땅이 ‘대지’로 둔갑했는데도 결국 A씨는 6800만원의 보상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택지개발 사업시행 기관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개발 지역별·규모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상비는 전보다 대지가 2~3배 이상 높다.
 
또 다른 토지주 B씨는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땅값 외에 1200만원의 영농보상비까지 받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장이 허위로 ‘농작물 경작사실확인서’를 써줬다고 한다. 
택지개발지구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택지개발지구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7개월 들쳤더니 1843건 드러나 

전국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지 보상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국토교통부·한국감정원과 합동으로 점검했더니 114억원의 부당지급 사실을 확인했다. 적발건수는 1843건에 달한다. 
 
점검대상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시행 중인 16곳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지다. 부지면적 100만㎡이상, 보상비율 80% 이상으로 추렸다. 경기도 고양 지축을 비롯해 구리 갈매, 하남 감일, 충남 아산탕정, 경기도 시화MTV, 경북 구미산단 등이 해당된다.
 

안일한 보상업무 

점검결과 A씨 사례처럼 다른 지목으로 보상을 받은 경우가 58건에 달한다. 부당지급액은 4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89년 1월 24일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건축물만 토지보상법상 소급 적용해 보상한다. 그 이후 건물은 제외된다”며 “(행정기관 등에서) 소급 적용대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했고, 항공사진 등으로 (불법 건축물 여부가) 확인 가능한데도 이를 놓쳤다”고 말했다. 
 
 영농보상비 부당 지급도 209건(36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실제 살지도 않는 창고를 불법으로 지어놓고 이전 보상비를 타 먹은 경우가 590건(4억원) 확인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합뉴스

 

앞서 산단 조사때 문제 드러났지만 

지난해 산업단지 보상에서 유사한 비리를 확인했는데, 이번에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대구국가산단(사업시행자 LH), 경기도 화성 송산그린시티(사업시행자 수공) 3곳을 점검한 결과, 335건의 보상비 부당 지급사례가 드러난 바 있다. 금액은 34억원에 이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상실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우선 부당 지급한 토지보상비 114억원이 환수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업무를 소홀히 한 보상담당자 170명에 대해 소속 기관에 문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허위 경작사실확인서를 써준 이장 등에 대해서는 사안이 심각한 만큼 수사 의뢰한다.   
 
국무조정실은 재발방지를 위해 보상 업무담당자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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