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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음식에 강제노역까지…'장애인 학대의 집'

중앙일보 2020.07.09 17:34
지난해 10월 28일 장수벧엘장애인의집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장수군수실 점거 농성 철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28일 장수벧엘장애인의집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장수군수실 점거 농성 철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전북 장수 벧엘장애인의집 이사장과 원장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학대하고 생계급여 등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장수 '벧엘장애인의집' 이사장·원장 기소
중증 장애인 16명 폭행·추행·업무상 횡령
강제노역 거부하거나 말 안 들으면 때려
檢 "가해자들도 장애인…피해자 보호조치"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9일 "장애인 강제추행·공동상해·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벧엘장애인의집 이사장 A씨(67)와 원장 B씨(60)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입소 장애인 16명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하고 이들의 생계급여 등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 서게 된 A·B씨도 중증 장애인이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장애인들에게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고, 이 시설에서 운영하는 농장에 데려가 강제로 일을 시켰다. "장애인들이 강제 노역을 거부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마구 때려 상해를 입히는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A씨 등은 입소 장애인 명의로 지급된 생계급여 등을 관리하며 이들 계좌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빼내는 방법으로 89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10일에는 장애인인권단체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봉사자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전주지검 남원지청 보도자료. [사진 전주지검 남원지청]

전주지검 남원지청 보도자료. [사진 전주지검 남원지청]

 장애인들을 성추행한 행위도 드러났다. A씨는 2016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장애인 4명의 신체 주요 부위를 잡아당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9월에는 경작하지 않는 농지에 대해 밭직불금을 신청해 100만원을 불법 수급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시설 직원을 폭행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장수군은 지난해 3월 A씨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장수경찰서는 지난해 7월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장수군은 지난해 12월 피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별도의 거주 시설을 마련했다.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보호자가 없는 피해 장애인 3명에 대해 전주지법에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 제도란 질병·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본인·친족이나 검사 등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김유완 전주지검 남원지청 전문공보담당(검사)은 "피해자들을 지속적·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의료·법률·상담 전문가로 구성된 남원·순창·장수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후견인으로 추천해 최적의 보호와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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