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범 확진자, 코로나 환자도 살렸다…A형 혈장으로 B형 치료

중앙일보 2020.07.09 16:37
9일 인하대병원은 혈액형 A형 완치자의 혈장으로 혈액형 B형인 코로나 환자 A씨(68)를 치료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의료진과 JKMS에 발표된 논문. 왼쪽부터 이진수 감염내과 교수(과장), 백지현 교수, 임재형 교수. 사진 인하대병원

9일 인하대병원은 혈액형 A형 완치자의 혈장으로 혈액형 B형인 코로나 환자 A씨(68)를 치료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의료진과 JKMS에 발표된 논문. 왼쪽부터 이진수 감염내과 교수(과장), 백지현 교수, 임재형 교수. 사진 인하대병원

인하대 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혈액형이 다른 완치자의 혈장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 
 
인하대병원은 9일 혈액형 A형 완치자의 혈장으로 B형 코로나 환자 A씨(68)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이 빠진 액체 성분을 뜻한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항체가 들어있다.
 
A씨는 지난 3월 27일 발열 증상을 보여 인하대병원 발열호흡기진료소를 방문했다. 폐렴 소견을 받고 격리병동에 입원했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입원 3일째 호흡곤란을 일으켜 입원 5일째부터 산소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악화했다. 입원 9일째 증상이 더 악화한 A씨에게 인하대병원 측은 혈장 치료를 시작했고 부작용 없이 완치에 성공했다.
 
혈장치료 모식도

혈장치료 모식도

A씨 치료에 쓰인 혈장은 50대 남성 완치자 B씨다. 인하대병원 측은 B씨가 ‘모범 확진자’로 불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3월 3일 완치했다. 확진 판정을 받기 2주 전 기침·발열 등 증상을 느껴 문화해설사 일을 그만두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고 주로 걸어 다녔다. 시간대별 일지를 작성했다. 선별진료소 등에 갈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택시를 이용했고, 걸어다닐 때 행인과 떨어져 움직였다. 홀어머니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집에서도 마스크와 장갑을 쓴 채 생활했다고 한다. 
 
인하대병원에서 혈장 공여 의사를 B씨는 가장 먼저 동의했고 4월 초 혈장을 기증했다. 그는 “시민들의 응원과 인하대병원 의료진의 노력으로 건강하게 퇴원했으니,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픈 마음에 혈장 공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인천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완치자도 있다. 20대 여성 C씨는 인하대병원에 응급환자가 발생해 회복기 혈장 기증을 부탁한다는 의료진의 연락을 받자마자 일정을 조정해 강원도 강릉에서 KTX 등으로 인천으로 왔다. 그는 UAE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한국에 입국한 후 재양성 판정을 받았다. 
 
C씨는 “총 52일의 입원과 격리 생활을 하며 수많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며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완치자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필요한 일이 바로 혈장 공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하대병원에 혈장을 공여한 완치자는 9명이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주말까지 2명이 더 혈장 공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혈장 치료가 가능한 곳은  강릉아산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순천향대 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가나다순) 5곳이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인하대병원에서 회복기 혈장치료를 받은 환자 7명 중 5명이 완치판정을 받아 퇴원했고, 사망환자는 없었다.
 
한편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환자 A씨의 완치 사례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의료진은 “혈액형이 다른 건 전혈(whole blood) 수혈에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회복기 혈장치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치료법이 아직 명확하게 적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기 혈장치료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오해와 불필요한 장애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