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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침례 안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병역 거부는 부당”

중앙일보 2020.07.09 13:34
[중앙포토·연합뉴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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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식인 침례를 받지 않았지만, 종교를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남성에게 법원이 병역법 위반에 대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18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후 처음이다.
 
2016년 4월 A씨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하에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년 뒤 상황이 달라졌다.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 또는 신념을 이유로 입영과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지난 2월 대법원은 111명에 대한 무죄를 확정하기도 했다.  
 
A씨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모태신앙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의 영향 아래에서 어렸을 때부터 종교를 신봉해 왔고, 각종 선교활동에 참여하고 생활의 상당 부분을 종교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또 A씨가 입영을 거부할 당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여러 불이익을 받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일관되게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밝혔고,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이행하겠다고 다짐하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가 침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침례를 받았는지가A씨의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판단하는 데 유일한 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증거는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에 입문하는 의식을 아직 받지 않은 경위와 이유는 물론이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에 밝히지 않았다. 또 여호와의 증인이 A씨를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A씨의 실제 종교적 활동이 어땠는지 등을 보여주는 교회의 사실 확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양심’이 진실한 것인지,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가 절박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A씨에게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하도록 하지 않고 그를 무죄로 판단 한 건 부당하다고 보고 2심 재판부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충실한 심리를 거쳐야 하며 피고인의 주장만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해당 종교의 구체적인 교리 내용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지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는지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 9가지를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삼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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