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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 한기채 총회장 "韓기독교 너무 무례했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한기채 총회장 "韓기독교 너무 무례했다"

중앙일보 2020.07.09 05:00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언제부터인가 기독교는 예의가 없어졌다. 심지어 복음을 제시할 때도 무례할 때가 많다. 이건 예수님의 정신에 어긋난다.”
 
8일 서울 정동에서 한기채(62)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을 만났다. 성결교는 장로교ㆍ감리교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개신교단이다. 국내 교인 수만 54만 명에 달한다.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생겨난 장로교나 감리교와 달리, 성결교는 특이하게도 1907년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교단이다.
 
한기채 목사는 "교회는 공교회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 사유화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기채 목사는 "교회는 공교회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 사유화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5월 말에 총회장에 당선된 한 목사는 취임 예배를 따로 갖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23~24일 6ㆍ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교단의 주요 순교지를 찾아가 예배를 드렸다. “순교자의 피와 그의 삶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되살려 삶으로 증언하고자 했다.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게 학살당해 순교한 성결교인은문준경 전도사를 비롯해 165명이다. 개신교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가 성결교에서 나왔다.  
 
순교지에서 순교자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호명했다고 들었다. 왜 그랬나.
 
“기억해야 하니까. 그때처럼 총칼의 위협은 없어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을 거부해야 하니까. 나의 희생, 나의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린도 전서 15장31절)라고 고백해야 하니까.”  
 
한국 교회가 살려면 어떻게 죽어야 하나.
 
“한국 교회는 여러 가지 죄악을 회개해야 한다. 우선 ‘공(公)의 사유화’다. 영어로 하면 ‘퍼블릭(Public)’의 사유화다. 교회를 마치 사유물처럼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합기관도 마찬가지다. 사유화 때문에 변질될 때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교회 세습이다.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게 왜 가능하겠나. 교회를 사유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목 과다 신드롬도 문제다.”
 
한기채 목사는 "기독교의 정신은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있다"고 말했다.

한기채 목사는 "기독교의 정신은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있다"고 말했다.

 
친목 과다 신드롬이라면.
 
“교회 안에서 친교도 좋지만, 친목이 너무 과하면 곤란하다. 우리끼리 모여 돈 쓰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형 집회를 하지 않으려 한다. 친목은 많은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면서도, 어려운 이웃과 사회의 친밀도를 높이는 일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어서 한 총회장은 ‘한국 기독교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기독교인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라. 너무 거부감을 준다. 진리에 대한 확신은 좋지만, 배타적이어선 곤란하다. 배타적일 뿐만 아니라 예의도 없다.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이가 기독교인이다. 그런데 남들에게 눈살 찌푸리게 할 행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윤리 규정’을 만들려고 한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 지켜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 총회장은 전북 진안 출신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전주로 전학을 갔다. 신흥중학교는 미션 학교였다. 그때부터 혼자서 성결 교회를 다녔다. 나중에는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윤리학을 전공했다. 군목으로 전방에서 근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밴더빌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사회윤리학 교수다. 지금은 서울 종로에서 중앙성결교회 담임도 맡고 있다.  
 
한기채 목사는 "기독교의 표현 방식이 무례해선 곤란하다. 그럼 거부감을 주고,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기채 목사는 "기독교의 표현 방식이 무례해선 곤란하다. 그럼 거부감을 주고,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선 교회의 담임목사 승계 과정에서도 종종 충돌이 생긴다. 원로목사 측과 후임 담임목사 측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그건 ‘공로자 신드롬’ 때문이다. 목회자는 말로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의 공로를 내세운다. 원로목사와 후임 담임목사의 분쟁 역시 공로자 신드롬이 지나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섬기려 하기보다, 자꾸 드러내고 대가를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종교 간 대화는 어찌 보나.  
 
“종교 간 대화는 필요하다. 자신의 믿음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믿음도 소중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많다.  
 
“성결교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대처를 했다. 안전한 교회 예배 환경을 꾸리기 어려운 1200개 작은 교회를 지원했다. 한 교회당 100만 원씩 총 12억 원을 지원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준다. 자연 생태계와 환경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어찌 보면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 안식’이 주어진 것 같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멈추어 서서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 말이다.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비싼 수업료를 내고 우리가 얻을 것도 있지 않겠나.”
 
한기채 목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강제적인 안식'이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채 목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강제적인 안식'이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총회장은 목회자가 교인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금알을 탐하면 결국 거위가 죽고 만다”고 지적했다.  
 
거위가 죽다니, 무슨 뜻인가.
 
“한국 교회가 대단하긴 하다. 세계 기독교사에도 유례 없는 부흥을 이루었다. 해외로 파견하는 선교사도 아주 많다. 이러한 성장 이력 때문에 목회자가 교인들을 도구로 보기도 한다. 교회의 성장을 위한 도구 말이다. 목회직이 성직자의 생활 수단이 되면 곤란하다. 그럼 자꾸 황금알을 탐하게 되고,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않나. ‘예수는 좋은데 교회는 싫다. 목사는 더 싫다.’ 이제는 교회가 먼저 회개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어떡해야 교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나.
 
“설교자가 먼저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씀을 전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적용을 해야 한다.”
 
글·사진=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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