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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한 명씩 색깔 보여주자, 기승전결 전략 통했어요

중앙일보 2020.07.09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포르테 디 콰트로ㆍ포레스텔라에 이어 제3대 팬텀싱어가 된 '라포엠'이 ’우리는 라포엠입니다“이라는 인삿말에 맞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장진영 기자

포르테 디 콰트로ㆍ포레스텔라에 이어 제3대 팬텀싱어가 된 '라포엠'이 ’우리는 라포엠입니다“이라는 인삿말에 맞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장진영 기자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한 편의 시 같은 음악을 선보이겠다.”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카운터테너 포함된 성악 어벤져스
결승 1라운드 3위서 최종 역전 우승
“오페라 라보엠의 서정적 매력부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정 추구”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만드는 JTBC ‘팬텀싱어3’에서 우승을 차지한 3대 팬텀싱어 ‘라포엠’이 밝힌 포부다. 프랑스어 ‘자유로움(La bohême)’과 영어 ‘시(Poem)’를 합쳐 팀 명을 붙인 이들은 남다른 호소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테너 유채훈(32)과 박기훈(26), 카운터테너 최성훈(31), 바리톤 정민성(29) 등 모두 성악을 전공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장르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6일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이들은 “우승은 예상하진 못했지만, 필승의 전략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기훈은 “결승전이 1~2 라운드 총 4곡이니, 기승전결에 맞춰 준비했다”고 했다. “기(起)에 해당하는 첫 곡은 성악인의 파워를 보여주려 안드레아 보첼리 원곡 ‘넬레 뚜에 마니(Nelle tue mani)’를 택했어요. 다음은 감성적인 자우림의 ‘샤이닝’을 승(承)에, 가장 중요한 전(轉)에는 극적인 요소가 강한 라라 파비앙의 ‘마드모아젤 하이드(Mademoiselle Hyde)’로 휘몰아쳤죠. 결(結)에선 베트 미들러의 ‘더 로즈(The Rose)’로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이탈리아 성악가 보첼리의 곡을 제외하면, 각각 한국·캐나다·미국 여가수의 곡을 선택한 것도 눈에 띈다. 유채훈은 “카운터테너가 있는 중창단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혼성 중창의 느낌을 내는 동시에 한장의 미니앨범을 듣는 것처럼 구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운터테너 특성상 다른 소리와 잘 섞이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던 최성훈은 “본선 4라운드에서 ‘레퀴엠’을 할 때 채훈이형이 용기를 불어 넣어준 덕분에 마음껏 소리 낼 수 있었고, 부담감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테너 3명의 고음을 혼자 받아내야 하는 고충은 없었냐는 말에 정민성은 “카운터테너가 있어서 보통 바리톤 음역보다 조금 더 올라가 있긴 한데 베이스가 있었다면 오히려 그 중간을 잡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연세대 성악과 출신으로 독일 유학도 포기하고 참여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배워 후회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성악과 졸업 후 예술 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유학을 고려했던 박기훈 역시 “함께 노래하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배려의 리더십으로 화제를 모은 유채훈은 “중창이어서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성악과 졸업 후 팝페라 그룹 에클레시아와 어썸 등으로 활동하며 얻은 교훈이다. Mnet ‘트로트 X’(2014)에도 출연한 그는 “성악 전공자만 모여 다양함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며 “다들 다른 창법에 열려 있어 금방 익혔다”고 덧붙였다.
 
한예종 졸업 후 프랑스·스위스에서 유학을 마친 뒤 현지 오페라 배우로 활동한 최성훈은 연기 지도를 담당했다. 유채훈은 “‘마드모아젤 하이드’는 동선과 안무 중심으로 계산해서 움직였다면, ‘샤이닝’은 눈을 감았다 뜨는 타이밍까지 맞추려 노력했다”며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는 심사평을 듣고 성공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성훈은 “평생 갈 수 있는 음악적 동료를 만난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채훈은 “프로그램 내내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쩌다 보니 제가 지목권이 없이 항상 뽑혀 나가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한 번도 같은 팀은 못했지만 고영열을 볼 때마다 참 영리하다 생각 했죠. 국악은 물론 쿠바·그리스·이스라엘 음악까지 나왔으니 시즌 4를 한다면 다들 공부를 많이 하고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선곡에 어려움을 많이 겪다 보니 저희끼리는 ‘선곡싱어’라고 불렀거든요.”
 
향후 음악방향에 대해 박기훈은 “‘로커 채훈’ 등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채훈은 “성악의 뿌리를 잃지 않되 대중적인 팀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클래식 홀부터 1만~2만석 되는 대형 공연장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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