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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차 오선진 ‘주전’ 꿈 이룰까

중앙일보 2020.07.09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한화 오선진이 7일 대전 롯데전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감격하고 있다. [뉴스1]

한화 오선진이 7일 대전 롯데전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감격하고 있다. [뉴스1]

“모든 프로 선수가 그렇듯, 나도 주전을 목표로 야구를 시작했다.”
 

7일 롯데전 연장 12회 끝내기포
1년 전 첫 연타석 홈런 연상시켜
후배들 백업, 올해 처음 연봉 1억
“팀에 필요한 선수로 기억되고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오선진(31)은 13년 차 베테랑 내야수다. 그런 그가 올 시즌 개막 전 밝힌 각오는 갓 데뷔한 유망주 못지않게 패기로 가득했다. 아직도 그에게는 매 시즌이 배움과 도전의 장이다.
 
오선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은 흔하디흔한 연봉 1억원도 데뷔 13년 만인 올해 처음이다. 매년 그의 역할은 주전이 아니라 백업으로 분류됐다. 올해도 개막전 키스톤 콤비는 7년 후배 하주석(유격수)과 10년 후배 정은원(2루수)이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주전을 목표로 뛴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무리하게 주전 자리를 바래 조급해질 생각은 없다.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에 충실한 게 먼저”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벤치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2루수, 유격수, 3루수 백업을 두루 맡았다. 5년 차인 2012년, 데뷔 후 최다인 446타석에 들어섰다. 2013년 다시 주춤했다. 실망 속에 입대했고, 전역했지만 주전 자리는 후배들 몫이었다. 지난 시즌 직전에는 1군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에서도 빠졌다.
 
바로 그 위기가 오선진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2군 캠프에서 성실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하주석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개막 후 4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했다. 오선진에게 ‘주전’ 유격수라는 기회가 왔다. 갑작스럽게 맡게 된 자리에서 훌륭하게 해냈다.
 
지난해 5월 9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는 데뷔 후 첫 연타석 홈런을 쳤다. “내게도 정말 이런 일이 생긴 거냐”고 주변에 되물을 만큼 감격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도 흘렸다. “부모님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항상 사랑한다”고 인사하다 목이 멨다. “내가 장남인데 여동생이 올해 말 결혼한다. 멋있는 오빠가 돼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다시 울먹였다. 자랑스러운 아들과 좋은 오빠가 되고 싶던 서른 살 선수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모는 “아들에게 야구를 시킨 이래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벅찬 가슴을 달랬다.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던 ‘환희의 밤’은 1년 뒤 다른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다.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1군에 복귀한 오선진은 생일이었던 7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후 첫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5-6으로 뒤진 연장 12회말 1사 1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더그아웃에서 숨죽이던 동료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로 쏟아졌다. 베이스를 모두 거쳐 홈으로 귀환하는 영웅을 하이파이브 세례로 맞이했다.
 
오선진은 “팀 배팅을 할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 실투가 들어와 홈런이 됐다”며 웃었다. 분명한 건 그가 ‘주전’보다 더 큰 소망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는 거다. “언제나 팀에 필요한 선수이길 바라고, 훗날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슴속 깊이 새겨뒀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끝내기 홈런 한 방은 금세 잊힌다. 오선진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저 “내가 팀에 도움이 돼야 할 부분은 여전히 수비다. 타격은 보너스라 생각하고 안정된 수비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혈기왕성했던 20대에는 미처 몰랐던 지혜와 열정이 30대의 오선진을 지탱한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그는 계속 도움닫기 하고 있다. 생일을 자축했던 끝내기 홈런은 그 여정의 결과물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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