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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군단’ 떠나고픈 이강인, 결승골이 도움 될까

중앙일보 2020.07.09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바야돌리드전 후반44분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이강인. [사진 발렌시아]

바야돌리드전 후반44분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이강인. [사진 발렌시아]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9)이 모처럼 득점포를 터뜨리고 활짝 웃었다. 이적 허락 여부를 놓고 이강인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소속팀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도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후반 교체 투입돼 9개월 만에 골
빅클럽 관심, 바이아웃이 문제

이강인은 8일(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오메스타야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후반 18분 교체 출전해 골을 넣었다.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44분, 상대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볼을 받아 아크 쪽으로 드리블하며 기회를 보더니, 기습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이강인 결승골에 힘입어 발렌시아가 2-1로 이겼다.
 
이강인이 골 맛을 본 건 지난해 9월25일 헤타페전 이후 9개월 12일 만이다. 시즌 2호. 이강인의 이 한 방 덕분에 발렌시아도 활짝 웃었다. 발렌시아는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승점 3을 챙긴 게, 알베르트 셀라데스(45) 감독이 물러나고 보로 곤살레스(57)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세 경기만이다. 승점 50이 된 발렌시아는 8위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유로파리그 예선 출전 마지노선인 6위(헤타페, 승점 53)와 승점 차를 3으로 좁혔다.
 
결승골의 주인공 이강인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보로 감독은 “이강인은 라인 브레이킹(상대 수비 대열을 허무는 돌파나 패스)에 능하고, 전방으로 질 좋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다. 어린 데다 출전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는데, 팀을 승리로 이끈 결정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스페인 아스는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위대한 보물이다. 이강인 골로 발렌시아 시내가 뒤집어졌다”고 전했다. 마르카는 “이강인이 놀라운 슈팅으로 후반 44분 승부를 결정지었다. 영웅의 옷을 입고 발렌시아에 승리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은 현재 이적을 추진 중이다. 출전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발렌시아 지역지 수페르데포르테는 “이강인이 소속팀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이적을 요청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계약은 2022년 6월까지다.
 
발렌시아에서 이강인은 계륵 같은 존재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는 구단 안팎에서 이견이 없다. 지난해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골든볼(MVP)을 수상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싱가포르 출신 피터 림 발렌시아 구단주도 이강인을 팀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생각한다.
 
문제는 잠재력을 경기력으로 전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꾸준히 출전해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발렌시아는 팀 전술상 이강인에게 맡길 역할이 마땅치 않다. 이강인은 드리블과 패스, 경기 운영이 뛰어나다. 반면, 발이 느리고 수비 가담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역습 위주 전술을 구사하는 발렌시아에서 이강인의 포지션인 미드필더는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발렌시아를 떠나는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강인과 구단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완전 이적을 희망하는 선수와 달리, 발렌시아는 ‘계약 연장 후 임대’를 생각하고 있다. 계약상 바이아웃(소속팀 동의 없이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이적료)이 8000만 유로(1080억원)다. 선수 가치의 척도이긴 하지만, 막상 이적을 추진할 때는 구단 허락 없이 팀을 옮기기 어렵다. 니스, 마르세유(이상 프랑스) 등 여러 팀이 이강인을 주목하지만, 문제는 ‘몸값’이다.
 
최근 빅클럽도 이강인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 수페르데포르테는 7일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가 이강인을 주목한다. 손흥민(28)을 보유한 토트넘이 이강인마저 품어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이강인의 골은 선수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이적 관련 논의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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