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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용적률 올리면 강남 1만가구 더 짓고 분양가 3억 낮춰”

중앙일보 2020.07.09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기존 2800여 가구를 허물고 3300여 가구 아파트를 새로 짓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의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 GS건설]

기존 2800여 가구를 허물고 3300여 가구 아파트를 새로 짓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의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 GS건설]

서울 집값 불안의 불씨는 수요보다 적은 매물이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다르다. 당장 2022년까지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보는 신규 주택 수요(5만5000가구)를 훨씬 상회하는 집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2011~19년 기간에 총 64만8334가구, 연평균 7만2000여가구가 들어섰다.
 

수요 못 미치는 아파트 공급
재건축 규제 완화로 풀어야
서울외 공공택지 개발은 한계

문제는 아파트다. 이 기간 준공 물량이 31만2869가구로 연평균 3만4700여가구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신규 아파트 수요를 연 4만 가구로 추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연평균 5300가구씩 9년간 아파트 약 4만8000가구가 모자란다.
  
9년간 아파트 4만8000가구 부족
 
2010년 전국 주택에서 차지하는 아파트 비중이 58.4%에서 2018년 61.4%로 올라갔지만 같은 기간 서울은 58.8%에서 50.0%로 뒷걸음쳤다. 아파트는 주택 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 집값이 14.6% 올랐고 아파트값 상승률이 18.6%다.
 
어떻게 아파트를 더 지을까. 공급 방식은 크게 재건축·재개발과 택지지구 개발이다. 주택으로 용도 변경, 역세권·자투리 부지 개발 등도 있지만 규모가적다.
 
정부는 재건축을 집값 상승 진원지이자 투기 온상으로 보고 재건축 활성화 카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옥죄기만 하는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 가격 급등을 낳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력한 규제의 반작용으로 기대감만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기대치가 곧 가격이다.
 
역대 정부에서 가장 대폭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용적률 법적 상한 허용이다. 용적률은 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로 땅에 지을 수 있는 건축 규모 한도다. 200%이면 1000㎡ 땅에 2000㎡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당시 재건축 용적률이 대개 250%에서 법적 상한인 300%로 올라갔다. 1000㎡ 땅에 짓는 집이 100㎡ 25가구(2500㎡)에서 30가구(3000㎡)로 늘어나는 식이다. 조합이 일반에 팔 수 있는 일반분양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진다. 용적률 완화는 건립 가구 수를 늘리고 재건축 사업을 촉진해 주택 공급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거래 제한, 개발이익 환수, 분양자격 강화
 
강남3구 재건축 건립계획

강남3구 재건축 건립계획

2009년 용적률 법적 상한 완화는 재건축이 낳는 ‘황금알’이 커지는 것이어서 상당한 호재였다. 하지만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여서 주택시장이 가라앉아 있었고, 규제 완화가 시장을 뒤흔들지도 않았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가 무조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용적률을 올려도 집값을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재건축부담금 등에 이어 지난 6·17대책에서 2년 거주 조합원 분양 자격까지 도입했다. 사실상 거래를 하지 못하게 했고 해당 지역 평균 집값보다 많이 오른 몸값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환수장치(재건축부담금)도 마련해놓았다.
 
용적률 완화의 주택공급 효과는 크다. 현재 1만여 가구가 사는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용적률을 현재 계획인 300%로 하면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 기준으로 1만6000가구 정도를 지을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강남 3구에서 재건축 규모가 파악되는 29개 단지에서 기존 1만8000여 가구를 헐고 2만8000여 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용적률을 100%포인트 올리면 1만 가구를 더 늘릴 수 있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남에서 용적률이 100% 올라가면 분양가가 3.3㎡당 800만원가량 내려간다. 전용 84㎡ 분양가를 3억원가량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주택공급을 위한 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관련한 논란이 많다. 멀쩡한 건물을 없애고 다시 짓는 사회적 자원 낭비 문제다.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한 만큼 충분히 쓸 수 있는 아파트를 허무는 ‘낭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재개발과 함께 재건축은 기존 세입자의 구축 효과를 낳아 서민 주거안정을 해친다는 측면도 있다. 4400여 가구의 강남구 대치동 은마의 전용 84㎡ 전셋값이 6억원대인데 비해 인근에 지은 지 5년 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같은 주택형은 16억원선이다.
  
공공택지개발은 입지 선호도 떨어져
 
재건축은 민간(조합)사업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용적률을 완화한다고 사업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다.
 
이런 민간사업의 한계 때문이라도 공공의 택지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공택지는 대규모 주택공급 효과가 확실하다. 하지만 새로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하고 교통망을 확보해야 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재건축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무엇보다 입지여건이 재건축보다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수요자가 가장 원하는 도심 중심지가 아닌 탓이다.
 
주택공급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공급대책이 집값 불안 심리를 꺾기 위해선 ‘티끌’을 모아선 안 되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것’ 이 필요하다. 성난 불길을 잡으려면 바가지 물이 아니라 완전히 뒤덮을 물을 쏟아부어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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