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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ahnjw@joongang.co.kr

“재건축 용적률 올리면 강남 1만가구 더 짓고 분양가 3억 낮춰”

중앙일보 2020.07.08 05:03
이명박 정부 때 강남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한 강남보금자리지구.[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때 강남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한 강남보금자리지구.[중앙포토]

서울 집값 불안의 불씨는 수요보다 적은 매물이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다르다. 당장 2022년까지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보는 신규 주택 수요(5만5000가구)를 훨씬 상회하는 집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전은 놔두고 2011년 이후를 보면 2011~19년 전체 주택으로 64만8334가구, 연평균 7만2000여가구가 들어섰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수요에 못 미치는 아파트 공급
서울 이외 공공택지 개발 한계
노무현 정부도 용적률 완화해

문제는 아파트다. 이 기간 준공 물량이 31만2869가구로 연평균 3만4700여가구다. 국토부는 신규 주택 수요 중 아파트를 따로 나누지 않았지만, 주택산업연구원은 연 4만가구로 추정했다. 4만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연평균 5300가구씩 9년간 약 4만8000가구가 모자란다.  
 

9년간 아파트 4만8000가구 부족 

2010년 전국 주택에서 차지하는 아파트 비중이 58.4%에서 2018년 61.4%로 올라갔지만 같은 기간 서울은 58.8%에서 50.0%로 뒷걸음쳤다. 아파트는 주택 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 집값이 14.6% 올랐고 아파트값 상승률이 18.6%다. 
 
지난해 매매거래된 주택 12만7000여가구 중 아파트 거래 비중은 60%( 7만5000가구)지만 거래 금액은 73%를 차지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더하다. 아파트 기준으로 거래 건수가 18%였는데 서울 전체 거래금액의 3분이 1을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 주택시장에 들어온 84조원의 25%인 21조원이 강남3구 아파트로 몰렸다.
  
어떻게 아파트를 더 지을까. 공급 방식은 크게 재건축재개발과 택지지구 개발이다. 주택으로 용도 변경, 역세권·자투리부지 개발 등도 있지만 양이 적다. 
 

도심 재건축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함께 주택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재건축은 노후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의 주요 주택 공급원이다.  

 
정부는 재건축을 집값 상승 진원지이자 투기 온상으로 보고 재건축 활성화 카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옥죄기만 하는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 가격 급등을 낳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력한 규제의 반작용으로 기대감만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기대치가 곧 가격이다.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공사 현장. [중앙포토]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공사 현장. [중앙포토]

역대 정부에서 가장 대폭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용적률 법적 상한 허용이다. 용적률은 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로 땅에 지을 수 있는 건축 규모 한도다. 200%이면 1000㎡ 땅에 2000㎡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당시 재건축 용적률이 대개 250%에서 법적 상한인 300%로 올라갔다. 1000㎡ 땅에 짓는 집이 100㎡ 25가구(2500㎡)에서 30가구(3000㎡)로 늘어나는 식이다. 조합이 일반에 팔 수 있는 일반분양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진다. 용적률 완화는 건립 가구 수를 늘리고 재건축 사업을 촉진해 주택 공급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거래 제한, 개발이익 환수, 분양자격 강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용적률 상향은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도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4분의 1을 임대주택으로 짓게 했다. 대신 용적률을 그만큼 올려줬다. 이 경우엔 일반분양물량이 늘지 않았다.

     
2009년 용적률 법적 상한 완화는 재건축이 낳는 ‘황금알’이 커지는 것이어서 상당한 호재였다. 하지만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여서 주택시장이 가라앉아 있었고, 규제 완화가 시장을 뒤흔들지도 않았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가 무조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용적률을 올려도 집값을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재건축부담금 등에 이어 지난 6·17대책에서 2년 거주 조합원 분양 자격까지 도입했다. 사실상 거래를 하지 못하게 했고 해당 지역 평균 집값보다 많이 오른 몸값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환수장치(재건축부담금)도 마련해놓았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하더라도 재건축 주택에 거주하려는 실수요 외에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단타성 투기 수요가 접근하기 어렵다.
 ※4월 기준으로 건립계획 확인되는 29개 단지 대상. 자료: 서울시

※4월 기준으로 건립계획 확인되는 29개 단지 대상. 자료: 서울시

반면 용적률 완화의 주택공급 효과는 크다. 현재 1만여가구가 사는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용적률을 현재 계획인 300%로 하면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 기준으로 1만6000가구 정도를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을 400%로 높이면 5000가구가량 더 지을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강남3구에서 재건축 규모가 파악되는 29개 단지에서 기존 1만8000여가구를 헐고 2만8000여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용적률을 100%포인트 올리면 1만가구를 더 늘릴 수 있다. 
 
재건축 대세가 5층짜리 저층 단지에서 중고층 단지로 넘어가면서 주택 수 증가를 위한 용적률 완화는 더 필요하다. 중고층 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가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음 달부터 공공택지 이외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재건축 단지도 대상이다. 상한제는 감정평가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 이내에서 분양가를 정한다. 강남에서 용적률이 100% 올라가면 분양가가 3.3㎡당 800만원가량 내려간다. 전용 84㎡ 분양가를 3억원가량 낮출 수 있다.  
 

코로나 사태에 고밀 개발 안전한가 

하지만 주택공급을 위한 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관련한 논란이 많다. 멀쩡한 건물을 없애고 다시 짓는 사회적 자원 낭비 문제다.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만큼 충분히 쓸 수 있는 아파트를 허무는 ‘낭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위협이 상존하는 때에 고밀 개발이 건강하냐는 도시계획의 쟁점이 있다. 재개발과 함께 재건축은 기존 세입자의 구축 효과를 낳아 서민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다. 재건축 단지가 낡아 임대료가 주변 새 아파트의 절반 이하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재건축하면 새 아파트여서 임대료가 크게 오르게 된다.  
 
4400여가구의 강남구 대치동 은마의 전용 84㎡ 전셋값이 6억원대이고 인근에 지은 지 5년 된 래미안대치팰리스 같은 주택형이 16억원선이다. 은마에 사는 세입자가 3000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건축은 민간(조합) 사업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용적률을 완화한다고 사업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다. 규제 완화에도 내홍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재건축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공공택지 개발 

이런 민간사업의 한계 때문이라도 공공의 택지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8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 민간 주택사업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2022년 이후를 염두에 두고 3기 신도시와 용산 정비창을 주거지로 개발하려는 것도 우려되는 민간 주택 공급 감소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공공택지는 대규모 주택공급 효과가 크다. 재건축은 멸실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실제 늘어나는 주택 수는 건립 가구 수의 30~40%다. 지난달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의 경우 기존 가구 수가 1490가구이고 재건축 가구가 30% 늘어난 2091가구다.  
 
8000가구 정도 짓는 용산 정비창 개발은 재건축 아파트 2만5000가구를 짓는 것과 같은 주택 공급 효과다. 사업 속도에서도 공공택지 개발이 사업 단계가 복잡한 재건축보다 빠르다.
 
하지만 서울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 보호는 시의 철학”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 밖 입지여건 한계 

아무리 서울에서 가까운 연접지역이더라도 경기도나 인천에 개발하는 공공택지는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 해당 지역 우선 공급 원칙에 따라 서울에서 당첨돼 가져갈 물량이 30~40%다. 서울에선 66만㎡이하의 규모로 개발하면 100% 서울 거주자에 공급할 수 있다.  

 
공공택지 개발은 없던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하고 교통망을 확보해야 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재건축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입지여건이 재건축보다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수요자가 가장 원하는 도심 중심지가 아닌 ‘인근’이어서다.
 
지금까지 정부의 주택시장 대책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이 공급이다. 집이 실제로 들어설 때까지 주택공급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시차 때문에 어설픈 주택공급 대책은 약발을 내지 못한다.  
 
집값 불안 심리를 꺾을 수 있는 공급대책은 ‘티끌’을 모아서 안 되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것’ 이 필요하다. 성난 불길을 잡으려면 바가지 물로는 불길을 더 거세게 만들 뿐이고 완전히 뒤덮을 물을 쏟아부어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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