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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일반화한 콘돔 교육인데 성범죄 부추긴다고?…딜레마 빠진 학교 성교육

중앙일보 2020.07.07 18:22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는 모습. 중앙포토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려던 성교육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학교의 교사는 지난 6일 바나나를 활용해 ‘콘돔 씌우기’ 실습을 하려다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성교육을 취소했다. 전남도교육청은 해당 성교육 수업에 대해 청문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올바른 성교육을 가로막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반복되는 '콘돔 성교육' 논란 

2017년 광주에는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는 콘돔자판기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2017년 광주에는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는 콘돔자판기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콘돔을 통한 성교육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서울시는 일선 학교에 청소년들을 위한 콘돔 자판기 설치를 논의했다. 당시 서울시는 “성관계 시작 연령이 크게 낮아지는 현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콘돔을 무상으로 지원해 청소년들의 원치 않는 임신을 적극 예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계획이 알려지자 학부모를 비롯해 종교계와 시민단체, 콘돔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당시 한 보건단체는 “피임법을 맹신한 상태에서 성관계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 낙태·영아유기·한 부모 청소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단체에서는 “성적자기결정권 인정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사용할 권리를 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맞섰다. 서울시는 계속된 논란에 콘돔 자판기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
 

성교육 논란 때마다 등장하는 ‘콘돔’

일선 학교의 성교육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계속돼 왔다. 학생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진부한 방식의 성교육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성교육의 접근 방식과 내용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교육 사단법인 푸른아우성의 이충민 팀장은 “실제로 봤을 때 피임 실습이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콘돔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여러 성교육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꼭 필요한 교육이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핀란드의 경우 학교에서 연간 50시간의 성교육을 실시한다”며 “기본적인 성교육을 충분히 진행하고 그중에는 피임 실습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강화한 독일은 초등학생에게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고 ‘이성 친구와 성관계할 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보호주의식 성교육’에 머무르는 인식

10대의 성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보호주의식 성교육’에 정체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성교육이 이른 나이에 성관계하라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공개적인 장소에서 전문가의 지도 아래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임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청소년들이 성과 관련된 지식·정보를 얻는 경로 1순위는 SNS, 유튜브 등 인터넷 등의 순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10명 중 3명은 학교 성교육이 ‘도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일방적 강의만 해서’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아서’ 순이었다. 조 부연구위원은 “학교에서의 공식적인 성교육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학생들은 온라인상의 자료와 유튜브 등을 찾게 된다”며 “학생들이 올바른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왜곡된 성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나나 사용은 부적절”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교사의 성교육 접근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차미향 전국보건교사회 회장은 “콘돔 씌우기라는 실습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교사가 선택한 성교육 모형이 바나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제대로 된 성교육 기구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바나나를 선택함으로 학생들에게 성기를 장난감처럼 생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람·남궁민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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