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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월 "무릎꿇고 사죄"→7월 "안때렸다" 최숙현 감독 돌변

중앙일보 2020.07.07 17:00
고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지난 2월 김모 감독이 보낸 문자메시지. 최 선수 아버지는 "당시 문자메시지에서 고소를 회유하며 잘못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고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지난 2월 김모 감독이 보낸 문자메시지. 최 선수 아버지는 "당시 문자메시지에서 고소를 회유하며 잘못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폭언한 적이 없다던 경주시청팀 김모 감독이 앞서 고소를 막기 위해 최 선수 아버지에게 몇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씨
고소 전 김 감독과 나눈 문자 공개
김 감독 "무릎 꿇고 사죄"라면서도
"먹고 살 수 있게 시간 달라" 회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팀 소속 당시 김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선수의 아버지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 김 감독이 ‘다 받아들이겠다. (고소 시기를) 늦춰 달라’”는 등의 회유 문자를 수차례 보내 놓고 어제(6일) 기자회견에서는 안 때렸다고 하더라”며 김 감독과 나눈 문자 대화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최 선수의 아버지가 먼저 “전화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연락을 했다. 아버지 최씨는 당시 통화에서 고소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통화 뒤 김 감독은 문자메시지를 남겨 “제가 많이 부족해서 죄송하다”면서도 “어떤 조치를 하셔도, 또한 언제든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 문자메시지에 최씨는 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답장에서 “이번엔 제 생각대로 하겠다”며 “더이상 못 참겠다. 일 년 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애가 더 망가진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했다. 고 최숙현 선수는 2017년 경주시청팀 소속으로 있다가 2018년 1년을 쉰 뒤 지난해 복귀했다. 최씨의 문자메시지에 김 감독은 “누구라도 지금은 숙현이 편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고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지난 2월 김모 감독이 보낸 문자메시지. 최 선수 아버지는 "당시 문자메시지에서 고소를 회유하며 잘못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고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지난 2월 김모 감독이 보낸 문자메시지. 최 선수 아버지는 "당시 문자메시지에서 고소를 회유하며 잘못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이후 김 감독은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아침 일찍 또 이렇게 글로 말씀드리는 점 죄송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드리겠다”며 감정에 호소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꺼내며 “먹고 살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더 달라.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고소를 늦춰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부산시청으로 팀을 옮긴 최 선수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김 감독은 문자메시지에서 “숙현이 훈련 부분에 필요한 장비 등 다 지원하겠다. 숙소도 부산에서 지원 못 해주면 제가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중학교 때부터 저랑 같이 여기까지 오셨는데 제가 못나서 이렇게 된 점 꼭 사죄드리겠다.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사를 표했다. 이어 “저희 가족, 저만 보고 있다.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최씨에게 여러 차례 “사죄드리겠다”던 김 감독은 최씨가 같은 달 6일 경주시청에 찾아가 민원을 제기한 이후로 연락을 끊었다.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김 감독은 “관리·감독의 잘못은 있다”면서도 “폭언·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씨는 통화에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문자가 남아 있는데 ‘폭행당한 것도 몰랐다’고 하니 피눈물이 흐른다. 제발 인간이길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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