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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땐 미국서 쫓겨난다고? 韓유학생들 뒤집어졌다

중앙일보 2020.07.07 14:40
하버드 대학교 윈저도서관 앞. [AP=연합뉴스]

하버드 대학교 윈저도서관 앞. [AP=연합뉴스]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 "경제 재개하려고 유학생을 희생양 삼나"

 
미국 유학생들이 일시에 혼란에 빠졌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6일(현지시간) 발표한 외국인 학생 비자 발급 정책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수업이 완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경우, 이민자가 아닌 유학생의 F-1 이나 M-1 비자는 취소된다. 미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F-1은 학업 과정을, M-1은 직업훈련 과정을 밟을 때 내주는 비자다. 미국으로 건너가 온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대학이나 프로그램에 등록하려는 유학생에는 비자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대학에 다니더라도 유학생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해선 안 된다. 한 과목 이상은 대면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미국 대학들이 가을 학기 수업을 속속 온라인 강의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아예 전체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끝까지 대면 수업을 개설하지 않을 경우 유학생은 미국을 떠나거나 전학을 가는 수밖에 없다. 프린스턴, 예일 대학도 대부분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충격에 빠진 유학생들

미국 유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에는 충격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가을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를 결정한 한 아이비리그 대학 재학생 A씨는 "너무 이해가 안 가는 정책이라 이민국에 직접 알아봤다"며 "온라인 수업만 들어야 하는 학생의 경우 미국을 나가야 하고, 미국에 남아 있으려면 학교를 옮기라고 하더라. 황당해서 말을 잃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2020년 가을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를 결정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중앙포토]

2020년 가을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를 결정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중앙포토]

가장 충격이 큰 건 미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4학년생들이다. 보통 F-1 비자로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유학생들은 최대 12개월 체류를 연장할 수 있는 OPT 제도를 이용해 전공 분야의 취업 문을 두드린다. 마지막 학기에 F-1 비자 취소로 OPT 기간까지 사라지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미국 유학을 한 이유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유학을 계획했던 이들도 혼란에 빠진 건 마찬가지다. 당장은 연기한다 해도 앞으로 비자가 나올 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대학도 혼란

 
대학 당국도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놓고 고심 중이다. 미교육협의회(ACE)와 미대학연합(AAU), 공공대학연합(APLU) 등 미국 대학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를 성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라 스프리처 ACE 관계자는 "(곤란에 빠진) 학생들을 어떻게 돕는 게 최선일지 고민 중"이라며 "이번 정책은 혼란만을 가중시켰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테드 미첼 ACE 회장도 "득보다 실이 많고, 더 많은 문제만 야기하는 끔찍한 조치"라고 했다. 리즈뱃 버로스 미대학연합(AAU) 부대표는 "(정책 발표 이후) SNS를 보며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미 대학은 가을 학기 운영 형태를 오는 15일까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국제교육연구소(IIE) 통계에 따르면 미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09만5299명으로, 이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은 4.8% 수준인 5만2250명이다.
 

유학생 비중 높은 美 대학들, 수업 재개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이민국의 유학생 비자 발급 관련 정책을 발표한 직후인 7일(현지시간) "가을 학기에 학교들은 문을 열어야 한다"는 내용의 트위터 글을 남겼다.[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이민국의 유학생 비자 발급 관련 정책을 발표한 직후인 7일(현지시간) "가을 학기에 학교들은 문을 열어야 한다"는 내용의 트위터 글을 남겼다.[트위터 캡처]

 

갑작스러운 정책을 꺼내 든 배경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명분으로 강력한 반(反) 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속한 경제 재개를 위해 대학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학생을 잃을 수 없는 미국 대학들로선 결국 억지로라도 오프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학교들이 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측은 11월 대선의 사활이 신속한 경제 재개와 경기 회복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상점은 물론 대학도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셧다운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학생들의 불안이 커지자 우리 외교부는 미국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 협의를 해서 우리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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