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래픽텔링]경제학 원론과 싸우는 정부, 노영민 선택 보면 결과 빤하다

중앙일보 2020.07.07 06:00
지난 6월17일 부동산 대책(6·17 대책) 이후 청년층·실소유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더 강력한 규제를 주문했다. 경제학자들은 규제가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에 회의적이다. 근거는 경제학 원론이다. 학계 논리를 그래픽으로 풀었다.
 

①정부 의도, 수요 억제→집값 하락 

우선 정부 정책이 의도한 것은 주택 수요 억제다. 수요자가 집 살 돈을 대출받기 어렵게 하고, 세금 부담을 높여 주택 보유의 매력을 낮추면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규제 발표 직후 얼마 동안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단기적으로 이런 효과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②공급 측면에서의 실패

장기적으론 이런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이 공급되리란 믿음을 주지 못해서다. 주택 공급자에 양도소득세 부담을 늘리자 임대사업자 등록과 가족 간 증여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도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공급 억제를 유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 이후 주택 층수를 기존 49층에서 35층으로 제한한 것도 공급을 억제했다. 공급을 억제하면 시장 내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오른다.
 

③수요 측면에서의 실패

수도권 주택 공급은 주는 데 인구는 계속 유입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4월 수도권 순 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80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현금이 증가했다. 중산층 이상 가구는 소득도 늘었다.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 폐지 등 교육 정책 변화로 서울 강남·목동 등 학군을 찾아 이동하는 수요도 늘었다. 이런 환경 변화는 수도권 주택 수요를 다시 증폭시켜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④집값 올리는 조세 부담

정부는 주택 거래·보유세를 올리면 증세 타깃으로 삼은 사람만 '고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세 부담은 시장 가격에 반영된다. 세금 만큼 비용이 늘면 공급자는 공급을 줄이고, 그만큼 집값과 전·월세가 오른다. 실수요자나 세입자는 조세를 부담하기 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상품을 거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세금 부담이 일부 전가되는 것이다. 모두 경제원론에 나오는 얘기다.  
 
경제학에서 시장 참여자를 움직이는 동력은 '기회비용'이다. 대출·세금 등의 규제로 실제 부담하는 회계적 비용이 늘어도, 경제적 선택에 따라 포기해야 할 가치가 더 크다면 비용을 감수하는 선택을 한다. 노영민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종부세 강화에도 강남 아파트를 절대 팔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어려워 다시 사기도 힘들다. 강남권 수요 증가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 효과까지 고려하면 강남 아파트를 파는 데 따라 포기해야 할 가치가 너무 크다. 현 정부 부동산 규제가 실패하는 핵심 이유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