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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서 감염자가 재채기를…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은?

중앙일보 2020.07.07 06:00
지난달 25일 대전 시내 한 식당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대전 시내 한 식당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환기도 안 되는 작은 회의실이나 식당에서 강하게 재채기를 한 번 했다면, 그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바이러스 많이 배출하는 감염자라면
1시간만 같이 있어도 노출 확률 100%
버스에서는 20분 내에 노출될 수도

당연한 얘기지만 노출 확률은 감염자가 배출한 바이러스 양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오래 같이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소 감염병 통제센터와 위트레흐트 대학 연구팀은 6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올린 논문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을 계산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감염자 1명이 재채기와 기침, 대화, 호흡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계산했다.
미세한 침방울(에어로졸) 속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고려한 것이다.
 

대화 없으면 노출 확률 낮아

연구팀은 먼저 회의실·식당의 경우 가로세로 각 15m, 높이 3m의 공간에서 10명이 함께 있는 상황을 기준으로 했다.
바이러스 배출은 재채기 때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기침·대화·호흡 순이었다.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는 감염자가 회의실·식당에서 강하게 재채기를 했다면, 주변 사람이 1시간 동안 호흡을 통해 바이러스를 들이킬 확률은 최대 100%인 것으로 계산됐다.
 
이 감염자의 콧속과 목구멍 점액 1mL 속에 바이러스 1억 개가 있는 경우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감염자라면, 즉 점액 1mL 속 바이러스가 100만 개 수준이라면 재채기한 후에 1시간 같이 있어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은 최대 14%로 떨어진다.
대신 회의 시간이 4시간으로 길어지면 최대 확률은 다시 41%로 높아졌다.
 
이번에는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는 감염자가 계속 말을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1시간 동안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은 최대 10%로 나왔다. 대화가 4시간으로 길어졌다면 노출 확률은 최대 30%로 높아진다.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없이 단순히 회의실에 같이 있었다면, 즉 호흡을 통해서는 다량 배출자와 4시간 동안 같이 있어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은 최대 4%로 낮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지역에서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5월 2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앞 버스정류소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승하차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지역에서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5월 2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앞 버스정류소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승하차하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또 30명이 탄 길이 12m, 폭 2.55m, 전체 높이 3.05m 크기의 버스를 가정했다.

다량 배출자가 버스 안에서 강하게 재채기를 한번 하고, 다른 사람들이 20분 동안 환기가 안 되는 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면 바이러스 노출 확률은 최대 100%인 것으로 계산됐다.
 
또, 이 감염자가 말을 계속한 경우는 20분 동안의 노출 확률이 최대 50%였다.
감염자가 단순히 호흡만 한 경우는 6%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이 도움돼"

코로나19가 회의실 풍경도 바꿨다. 지난달 25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재한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 희의장에는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회의실 풍경도 바꿨다. 지난달 25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재한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 희의장에는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이 감염자의 콧속과 목구멍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점액 시료 1mL에서는 최소 100개에서 최대 1000억개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감염자 가운데 5%는 점액 1mL당 바이러스가 1억개 이상이 검출돼 '슈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감염자의 절반은 바이러스가 100만개 이하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슈퍼전파자는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경우도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 슈퍼전파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려면 이번과 같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 배출 농도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공기를 통한 코로나19 전파는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과 같은 조치에 영향을 받는다"며 "개인이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점액 속의 바이러스 농도와 침방울 속의 바이러스 농도가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고, 배출된 바이러스는 곧바로 회의실이나 버스 공기 속에 골고루 퍼지는 것으로 가정했는데, 이는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 떠 있는 동안 점차 사멸하는 점도 변수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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