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훈육인가 고의적 살인인가, '가방학대 사망사건' 15일 첫 재판

중앙일보 2020.07.07 05:00
지난달 1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의붓아들 여행가방 살인사건’의 첫 재판이 오는 15일 열린다. 재판의 최대 쟁점인 고의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달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소 송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소 송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 심리로 공판
검찰, 지난달 29일 '살인죄' 적용해 기소
경찰은 '아동학대치사죄'로 검찰에 송치
계모 "훈육 차원, 고의적으로 하지 않아"

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과 대전지검 천안지청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1·여)에 대한 첫 공판이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오전 9시50분 301호 법정에서 열린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의붓아들 B군(9)을 여행가방에 7시간가량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0일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지 19일 만이었다. 경찰은 사건을 넘기면서 A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여성·강력범죄전담부 부장검사 등 3명의 검사로 전담팀을 꾸려 A씨와 B군 친부 C씨(42)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 분석과 사건이 발생한 주거지 압수수색, 범행도구 감정 등을 통해 살인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도 확보했다.
지난달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소 송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소 송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A씨를 기소하기 전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했다. 법조인과 일반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살인죄로 기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A씨는 경찰은 물론 검찰 조사에서도 “고의로 죽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아이를 여행가방에 들어가게 한 이유에 대해선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9일 A씨를 기소하면서 “가방에 갇힌 B군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데도 A씨는 가방에 올라가 뛰는 등 학대행위를 이어갔다. 드라이기로 가방 안으로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고, B군의 울음소리나 움직임이 줄었는데도 그대로 방치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형량은 비슷하지만, 살인죄는 사형을 구형·선고할 수 있다는 게 아동학대치사죄와 가장 큰 차이다.
지난달 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9살 아이를 출동한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9살 아이를 출동한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는 고의성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피고인) 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이 나온다. A씨 측에서 “아이가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A씨의 변호는 서울에 소재한 한 로펌이 맡았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애초 경찰이 A씨에 대해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점을 들어 변호인과 피고인이 고의가 없었다며 재판부에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A씨는 지난달 1일 낮 12시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을 여행가방에 3시간 가량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오후 3시20분쯤에는 작은 가방으로 B군을 들어가게 했다. A씨는 B군이 가방에 갇힌 지 7시간이 지난 오후 6시45분쯤 별다른 반응이 없자 지퍼를 열고 내부를 확인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계모에 대한 재판을 15일 연다. [중앙포토]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계모에 대한 재판을 15일 연다. [중앙포토]

 
가방 안에서 쭈그리고 움직임이 없던 B군을 발견한 A씨는 119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당시 아파트에는 A씨의 친자녀 2명도 함께 있었다. 출동한 119구급대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당시 B군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B군은 이틀 뒤인 6월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졌다. 사인은 ‘질식에 따른 사망’이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