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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사이언스&] 미토콘드리아 추적하면 ‘허황옥 전설’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20.07.07 00:37 종합 27면 지면보기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부계(父系) 혈족으로 본 귀하는 하백의 부족(O2b)에 속하며, 한국인을 이루는 주요 7개 부족 중 둘째로 수가 많으며, 35.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백의 부족은 지금으로부터 3만5000년 전 공통 유전자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중국, 중국 남쪽 지방, 동남아시아, 한국, 일본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DNA 이용한 뿌리찾기 갈수록 진화
미토콘드리아로 모계 조상 찾고
Y염색체 DNA로 부계 조상 확인
칭기즈칸 후손도 Y염색체로 찾아

‘모계(母系) 혈족으로 본 귀하는 술의 부족(A)에 속하며, 한국인을 이루는 주요 12개 부족 중 일곱째로 수가 많으며, 8.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술의 부족 그룹은 지금으로부터 2만9200년 전 공통 유전자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극동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술의 부족의 또 다른 가지는 이후에도 베링해협을 넘어 알래스카를 거쳐 북미와 중미를 거쳐 남미까지 내려갔습니다.’
 
기자의 부계와 모계의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설명이다. 부계 혈족은 경주 최가인 기자의 시조, 최치원(서기 857~908년) 할아버지와 신라 6부 촌장 중 한 명이었다는 모든 최씨의 도시조(都始祖) 소벌도리 할아버지가 최씨 성을 갖기 한참 전의 얘기를 말해준다. 3만여 년 전 구석기시대 아득한 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그때 중국 땅 어딘가에서 주먹도끼로 토끼와 사슴을 사냥하고 있었을 것이다.  
 
모계 혈족에 대한 추적은 다소 단순하다.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 어디쯤에서 빠져나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지역을 거쳤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부계·모계 혈족 이동경로

부계·모계 혈족 이동경로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을까. 과학기술을 통한 ‘뿌리찾기’가 진화하고 있다. 위의 설명은 지난해 11월 DNA 분석을 이용한 조상찾기 서비스를 통해 ‘한국 47.89%, 중국 26.97%, 일본 25.14%’라는 정체성을 알게 된 기자의 ‘뿌리찾기 2탄’의 결과다. 분자진단 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가 최근 추가로 내놓은 서비스다. 아직은 이 정도의 분석이지만. 앞으로 데이터가 더 쌓이면 조상이 한반도 내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주로 거주하고 이동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지금이야 한 나라 안에서도 이동이 잦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혈족들이 대대로 한 군데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또 뿌리찾기 이용자가 늘면 나와 가까운 혈족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까지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회사 23앤미와 앤세스트리가 DNA 분석을 통해 이미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 진단키트 역시 DNA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뿌리를 찾는 건 인류의 본능에 새겨진 끝없는 질문이다. 부모가 있고 족보(族譜)가 있어 내 뿌리를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잘해도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다. 게다가 조선 초기까지 이름에 성(姓)을 가진 사람이 15%, 신분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후기가 되어도 30%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이 진짜든 가짜든 성을 가진 현대에 내가 정말 어디서 왔는지는 성씨와 족보만 의지해 확신하기는 어려워진다.
 
21세기 과학은 ‘나는 누구며,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 ‘분자 유전학’이 그것이다. 분자유전학은 유전현상을 분자 차원에서 해명하는 유전학의 한 분야다. 유전자의 실체를 DNA로 파악해, 분자의 구조·기능 면에서 유전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특히 2003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놈(유전체)의 모든 염기 서열을 해석하는 ‘인간 지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분자유전학을 이용해 인류의 기원을 찾는 데 획기적인 길이 열렸다.
 
인류의 이동경로

인류의 이동경로

‘한국 ○○%, 중국 ○○%, 일본 ○○%’라는 식의 조상찾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검사를 받는 사람의 DNA를, 이미 마련된 민족별 참조 DNA와 비교하면 된다. 하지만 부계와 모계의 뿌리는 어떻게 찾을까. 비결은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Y염색체 속 DNA는 아들 대를 통해 대대로 유전된다. 이 때문에 Y염색체 속 DNA를 분석하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찾아 계속 올라갈 수 있다. 그 근원은 동남부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인류의 조상 ‘아담’(호모 사피엔스)이다. 미토콘드리아 속 DNA는 ‘엄마의 엄마의 엄마…’처럼 모계로만 유전된다. 그 근본 뿌리 역시 아프리카의 ‘미토콘드리아 이브’다. 결국 시작은 약 15만 년 전 아프리카 동남부에서 시작한 검은 피부의 할아버지·할머니였다는 얘기다.
 
박종화 UNIST 생명공학과 교수는 “몽골제국의 건국자 칭기즈칸의 경우 Y염색체 추적을 통해 현재 살아있는 후손들을 많이 찾았다”며 “아직은 전설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김해 허씨의 시조 허황옥의 전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전설인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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