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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예술이고 예술일 뿐이다!’ - 니체의 음악

중앙일보 2020.07.04 00:06 종합 28면 지면보기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니체(1844~1900)는 예술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작곡가의 꿈을 가지고 음악에 심취했던 철학자였다. 직접 감상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니체의 작품이 연주되는 반가운 공연을 최근 만날 수 있었다.  
 
지난달 17일 한국페스티발앙상블(대표 박은희)은 ‘니체와 음악가들’(사진)이라는 주제로 니체가 작곡한 예술가곡과 그와 관계가 깊은 작곡가인 슈만·브람스·바그너의 실내음악을 연주했다. 음악회는 니체의 삶과 철학에 대한 내레이션이 곁들여져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형성하였고, 덕분에 음악회 내내 마스크를 써야 했던 불편함도 잊고 니체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달의 예술용 사진

이달의 예술용 사진

니체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어린 시절부터 작곡하여 다수의 예술가곡과 피아노곡을 남겼다. 1864년경 본 학창 시절 작곡한 12곡의 리트는 문학적 내용과 언어의 선율이 밀접하게 연결된 작품으로서, 슈베르트와 슈만·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바그너와의 밀접한 교류는 그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고, 말년에는 비제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니체의 글 역시 음악에 대한 것이 많다. 처녀작 ‘비극의 탄생’(1872)에서부터 ‘바이로이트의 바그너’(1876) 등 여러 저작에서 음악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였고, 그래서인지 그의 철학적 저작은 매우 ‘음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경우 니체 스스로도 이 책 “전체를 음악으로 보아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작곡가 R.슈트라우스는 이 철학서를 주제로 교향시를 작곡하기도 하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니체의 첫 가곡 ‘문 앞에 서서’(1861),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붙인 ‘깨진 반지’(1863), 그리고 루 살로메의 시에 붙인 마지막 가곡 ‘삶을 위한 찬가’(1887) 등 8곡의 가곡이 연주되었다. 다양한 독일 문학을 활용하여 자신의 철학적 사상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니체의 가곡을 들으며 무엇보다도 예술을 통해 삶을 치유하고 삶에 힘을 넣고자 했던 그의 예술관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생(生)철학’이라고 부르듯이 니체의 철학은 삶을 긍정하였고, 여기에 예술은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 “예술이고 예술일 뿐이다! 예술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대단한 자. 삶에의 대단한 유혹자이며, 삶의 대단한 자극제다.” 특히 그에게 음악은 인식의 세계를 넘어서는 무한한 동경의 세계였고,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예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니체의 메시지는 최근 여러모로 피폐해진 우리의 삶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귀하게 느껴진다. 음악을 통해 삶의 충만함을 느끼며 한 번 더 힘을 내 여름을 맞아보면 어떨까?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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