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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거래세+양도세…“중산층 사다리 걷어차는 이중과세”

중앙선데이 2020.07.04 00:02 693호 2면 지면보기

주식·부동산 세제개편 논란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어마어마한 주식거래세로 세수 확보를 해온 고세율 시장입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신설은) 금융시장 작동을 멈추겠다는 것입니다. 주식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동시 부과는 엄연한 이중과세임과 동시에 초고율 과세입니다. 재고해야 합니다.”
  

거래세는 찔끔 인하, 양도세 추진
야당, 거래세 폐지 담은 법안 준비
정부 “거래세 있어야 외국인 과세”

법인 주택 종부세 기본공제 삭제
전문가 “재산세만 두 번 내는 셈”
정부 “헌재 이미 판단, 문제 없어”

#“주택 종합부동산세는 누진세 개념의 세금입니다. 재산세가 주된 세금이고, 종부세는 보조적인 세금이라 봐야 하는데, 법인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없애면 보조세가 주세보다 더 크기도 하거니와 주세와 보조세가 다를 바도 없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기본공제 개념조차 없습니다. 기본공제 없이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미국·일본선 거래세 없이 양도세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잇따라 등장한 청원 중 일부다.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국민의 지갑을 직접 겨냥하면서 곳곳에서 ‘이중과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중과세는 단순하게는 하나의 대상에 세금을 두 번 부과하는 것을 일컫는다. 헌법이나 세법 등 어디에도 이중과세에 대한 정의가 없고, 이중과세를 금지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중과세가 국민의 재산·평등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정을 여러 번 내놨다. 그러다 보니 이중과세는 조세저항의 주요 논리가 됐다. 종합부동산세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번엔 주식 양도세와 법인 종부세에서 이중과세 논란이 인다. 정부는 지난 달 25일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고 연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사람에게 양도소득세(세율 20~25%)를 매기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양도세를 부과하면서 거래세를 유지키로 해 개인 투자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식으로 2000만원을 넘게 번 개인은 거래세도 내고 양도세도 내야 해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에 내정된 김병욱 의원은 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거래세는 거래 자체 사실만으로 내야 하고, (2000만원 이상) 수익이 생기면 또다시 양도세를 내야 하므로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거래세와 양도세를 대체관계로 보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라며 “거래세가 있으면 양도세가 없고, 양도세가 있으면 거래세를 걷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독일·일본 등지에선 거래세 없이 양도세만 부과한다. 야당도 거래세 폐지 내용을 담은 금융세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법인 주택의 종부세 기본공제(6억원)를 없애기로 한 6·17 부동산 대책도 이중과세 논란에 휘말렸다. 기본공제를 없애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똑같은 구간에서 내게 된다. 2005년 생긴 종부세는 일정 금액(기본공제)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이나 법인에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징벌적 성격의 세금이다.  
 
박진규 해인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는 “후속 입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원안대로 간다면 재산세를 두 번 내는 것이어서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두 사안 모두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주식의 거래세와 양도세는 과세 목적이 다르고 과세 대상도 거래와 소득으로 명확히 달라 이중과세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특히 거래세를 폐지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거래에 대해 과세를 전혀 할 수 없게 돼 꼭 필요하단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달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거래세는 고빈도 매매 등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유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공제 없애면 재산·종부세 같은 세금
 
종부세는 이미 헌재가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결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헌재는 2008년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산세로 과세되는 부분과 국가에서 종부세로 과세되는 부분이 서로 나뉘어져 재산세를 납부한 부분에 대해 다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기재부 측은 “종부세액 계산 땐 재산세 납부액 중 종부세 과세표준 상당액을 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태형 변호사는 “(주식 양도세는) 외국인 과세 등은 정책적인 문제이고 과세 목적이 어떻든 이미 세금을 낸 것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논쟁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는 기본공제를 두고 재산세 납부액 중 종부세 과세표준 상당액을 제외하는 형태로 이중과세를 피한 것인데, 기본공제를 없애면 재산세와 종부세는 이름만 다른 같은 세금이 된다”고 지적했다.
 
여론도 들썩이고 있다. 주식 양도세와 관련해선 서민이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사다리까지 정부가 걷어찼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세법 전문가인 배재대 김현동 교수는 “이중과세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이건 이중과세다 아니다’라고 선을 그을 수 없는 측면이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이중과세로 다툼이 생기면 정부의 입법재량권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도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말했다.
 
이중과세, 헌법상 재산권·평등권 침해 소지…세액공제로 조정
국세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운영 중인 세무용어사전엔 이중과세를 ‘동일한 소득원(所得源)에 대해 중복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대상에 세금을 이중으로 물리면 이중과세라는 얘기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엄밀히는 이 표현도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국내 헌법이나 세법은 물론 세계 주요국의 법률 어디에도 정의가 없기 때문에 ‘이게 이중과세’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며 “특히 현재의 세금 체계에서는 이중으로 세금을 걷는 예가 많기 때문에 이중과세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순간 엉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직장인은 월급을 받을 땐 소득세를 낸다. 그런데 그 소득으로 물건을 살 때 또 다시 부가가치세를 낸다. 세금의 종류가 계속 늘어나면서 오늘날의 세법 체계에선 이런 식으로 이중, 삼중으로 과세하는 예가 적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어디에도 이중과세를 금지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며 “다만, 이중과세를 금지하는 게 조세 정의 차원에 더 부합하는 것 같기에 헌법재판소도 나름의 이중과세금지원칙을 세워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중복하는 과세대상에 대해 다른 세목으로 과세하고, 그 과세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으면’ 이중과세로 보고 있다. 그간의 판례로 살펴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나름의 기준을 법조계에선 ‘헌재의 이중과세금지원칙’이라고 부른다. 헌재는 이 원칙에 따라 이중과세를 조세법률주의나 실질과세원칙, 재산권 침해,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춰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이중과세에 해당해 조세법률주의상의 실질과세의 원칙에 반한다’(92헌바49)거나 ‘입법 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과도하게 넘은 이중과세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2000헌바28) 등이다.
 
헌재가 논란이 된 이중과세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하면, 과세당국은 이를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조정에 대한 근거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가 A라는 세금을 만들어 과세했는데 헌재가 A세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면 세금을 없애야 하는 것인지, 감면을 해줘야 하는 것인지, 감면한다면 어떤 식으로 얼마나 감면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나 기준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중과세라는 판단이 나오면 앞서 낸 세금 납부액을 이중과세 성격의 세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박진규 세무사는 “소득공제법이나 세액공제법이 주로 쓰이는 데 우리나라는 세액공제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한국 사람이 해외에서 일을 해 소득이 생겼다면 해당 국가에서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 돈을 한국으로 가져오면 또 다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나의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여서 정부는 종합소득세에서 해당 국가에서 납부한 소득세 상당액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이중과세를 피하고 있다.
 
한때 논란이 있었던 배당소득세 역시 세액공제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히 이중과세 논란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세액공제 상한선 등이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김 교수는 “헌재가 이중과세를 판단하는 기준도 그때그때 다른 편”이라며 “오늘날의 세법 체계상 이중과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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