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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낙인' 순직교사에···사과 대신 법적대응 꺼낸 김승환

중앙일보 2020.07.02 12:40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2일 전북교육청 8층 회의실에서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2일 전북교육청 8층 회의실에서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한 인간이 사망했다. 그것도 교사로서 사망했다. 거기에 대한 인간적 아픔과 법적인 책임 유무를 판단하는 건 별개다. 그것을 자꾸 혼용해서 '전북교육감이 왜 저렇게 원칙만 강조하는 거지' '저렇게 매정하게 나올 수 있나' 이렇게 하면 실체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10주년 기자회견
"무리한 조사 없어…징계 사유 존재"
"인사혁신처에 항소 요청, 법적 대응"

법원, 고 송경진 교사 순직 인정
교육청 징계 밟자 극단적 선택
경찰, 성추행 무혐의 냈는데도
전북학생인권센터 '성희롱' 결론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말이다. 최근 법원에서 순직을 인정한 고(故) 송경진(사망 당시 54세) 교사를 두고서다. 김 교육감은 "설사 형사 문제에서 성추행 혐의가 없다 하더라도 징계법상 징계 사유는 똑같이 존재한다"며 "징계 사유가 존재하는데 마치 없는 것처럼 하는 것은 또다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송 교사의 아내 강하정(56)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승소한 이후) 교육청에서 연락이 온 적 없다. 사과할 줄도, 책임질 줄도 모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남편이 사망한 전후로) 교육감을 여덟 번 만나려고 했는데 '점심 식사하러 갔다' '부재중'이라며 한 번도 안 만나줬다"며 김 교육감을 직접 겨냥했다. 
 
 전교생 19명(여학생 8명)인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송 교사는 2017년 8월 5일 김제시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해 4월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도 전북교육청에서 징계 절차를 밟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법원은 약 3년 만에 송 교사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순직)'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달 19일 아내 강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인사혁신처장)가 2018년 12월 11일 원고(강씨)에게 한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학생이 쓴 탄원서 사본.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학생이 쓴 탄원서 사본.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3선인 김 교육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전북교육청에서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송 교사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헌법학자 출신인 김 교육감은 '무리한 조사가 있었다'는 송 교사 유족의 주장에 대해 "무리한 조사가 있었다면 검찰 조사 단계에서 그것이 증명돼 직권남용으로 기소가 됐을 것"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재판 사건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유족이 교육감 등을 상대로 검찰에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것에 대해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동료 교사가 망인(송 교사)을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어서 결론을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망인의 유족이 원고이고 인사혁신처장이 피고"라며 "인사혁신처가 소송 책임을 맡고 그 과정에서 전북교육청과 유기적인 소송 협력이 이뤄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또 하나는 서울행정법원에서 부안교육지원청으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부안교육지원청은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되는 것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자료를) 제출하고 (재판이) 끝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가 자살한 사람이 인식 능력,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의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사망의 결과를 빚었을 때 양자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해 왔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에서 실질적인 소송 당사자는 전북교육청이다. 만약에 제가 이 사건을 바로 인지했더라면 저는 이 소송의 보조 참가 신청을 했을 거다. 변호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하도록 했을 거다. 그런데 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이런 재판 사건이 진행 중인 걸 인지한 건 월요일(6월 29일) 아침 출근한 뒤였다. '인터넷 보도가 떴다'고 해서 '왜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지' 그 경과를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1일)부터 인사혁신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간부 공무원이 가서 이 사건을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을 요청했고, 인사혁신처도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늘 중에 최종 결론이 나고 만약 인사혁신처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는 경우 전북교육청도 보조로 참가하겠다"고 했다. 송 교사 유족과 교원단체의 사과 요구에 '법적 대응'으로 맞선 셈이다.
 
 이에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정책관실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며 "(전북교육청과 유족 중) 한쪽으로 쏠린 부분이 없고, 백지 상태에서 항소할지 안 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다 2017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송경진 교사의 빈소 모습.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다 2017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송경진 교사의 빈소 모습.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앞서 재판부는 "망인(송 교사)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 접촉에 관해 일련의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망인의 사망은 죄책감이나 예상되는 징계의 과중함에 대한 두려움 등 비위 행위에서 직접 유래했다기보다는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 결과 수업 지도를 위해 한 행동들이 망인의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 등 인권 침해 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더 이상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내 강씨는 "교육청과 인권센터가 무리한 조사로 남편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남편의 사망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강씨는 남편이 숨진 뒤 당시 부교육감과 해당 학교장, 학생인권교육센터장 등 10명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와 강요·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전주지검은 2018년 6월 "조사 과정에 강압은 없었고, 법령과 지침도 지켰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고 송경진 교사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일부.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고 송경진 교사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일부.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송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자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한국교총과 함께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로 송경진 교사의 죽음에는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 착수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전북교육청과 인권센터는 지금이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골격계 희소병을 앓고 있는 강씨는 "변호사와 상의해 김 교육감 등 고의성이 짙고 악의적으로 (조사)했던 사람들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최은경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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