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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서 잘못 쓰면 아기 질식”…국내선 안전 수면 기준 없어

중앙일보 2020.07.02 11:10
 아기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바운서’(경사진 요람)를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자칫 질식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선 2005년부터 15년간 바운서 관련 질식 사고가 73건 보고됐다. 미국과 유럽에선 리콜 대상 제품을 확대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안전 기준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아용 바운서(흔들의자, 요람 등 포함) 9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의 등받이 각도가 아기의 질식사고 위험이 있는 수준이었다. 만 1세 미만의 영아는 몸을 스스로 가누기 어렵고 기도가 상대적으로 좁아 기도 압박이나 막힘에 의해 질식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사 제품은 국내 온라인 판매 상위 9개로, 3만원대에서 25만원대까지 가격대는 다양했다. 
자료 한국소비자원

자료 한국소비자원

미국과 유럽 등에선 등받이 각도가 10도 이내인 경우만 ‘유아용 침대’로 규정해 수면을 허용한다. 등받이 각도가 이를 넘어가면 고개를 앞으로 숙인 채 잠들 경우 고개가 기도를 압박해 질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선 등받이 각도에 대한 별도의 기준 없이 모두 ‘유아용 침대’로 분류돼 수면에 대한 표시ㆍ광고 제한이 없다. 등받이 각도도 80도까지 허용된다.  
 
이번에 조사한 9개 제품은 모두 등받이 각도가 14도에서 66도로 선진국에서 수면을 제한하는 10도를 훌쩍 넘는다. 특히 이 중 8개 제품은 수면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하고 있었다. “진동 기능으로 편안하고 안락하게 잠을 청할 수 있다”라거나 “더욱 깊은 수면과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별도의 ‘취침 모드’ 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었다. 4개 제품은 사용연령과 한계체중, 제조 연월 등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의무표시 사항을 표기하지 않았다.
자료 한국소비자원

자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은 이에 따라 해당 업체에 시정을 요구하고 통신판매 중개업자와 TV홈쇼핑사 등이 참여 중인 사업자 정례협의체를 통해 수면용 제품으로 표시ㆍ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일괄 개선 조치를 요청했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에 ‘경사진 요람’에서 영아의 수면을 금지하도록 안전 기준을 강화해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유아용 바운서를 사용할 땐 질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기 혼자 두지 않고 항상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며 “경사진 요람은 특히 수면을 위한 침대나 요람을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아기가 잠이 들면 평평하고 딱딱한 수면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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