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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수사심의위 손대는 게 검찰개혁인가

중앙일보 2020.07.02 00:37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개혁은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뒤죽박죽 검찰개혁 열차가 교통신호까지 무시하며 달려가고 있는데도,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지켜보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검찰, 8차례 권고 수용해 신뢰 확보
권고 아닌 의무절차로 발전시켜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권고를 내린 가운데,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검찰 내외에서 들린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개혁 방안으로 2018년 도입했다.
 
현 정부는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내세우며 중요한 순간마다 이를 방패막이로 삼거나 정치적 목표를 이루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의 수사가 진행되자 포토라인을 없애버리고 별건 수사 관행을 손보는 걸 개혁의 시작으로 포장했다. 권력형 비리로 수사받는 최고위층 인사와 그 가족을 보호하는 것으로부터 개혁의 역사가 시작돼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제 또 다른 재계의 최고위층인 삼성 부회장을 기소하는 일이 목전에 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의 산물인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또 어떤 개혁을 시작하겠다는 말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이지 구속력 있는 판정이 아니어서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심의위원들은 ‘사법제도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러한 전문가 250명 중 15명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각 사안에 심의위원으로 임명한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각 심의위원에 대한 회피·기피 규정도 발동된다. 심의위원 선정과정에서 삼성의 압력이 작용했다면 모를까,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전문가 집단이 회피·기피 절차까지 거친 후 10대 3으로 불기소 권고를 내린 걸 따르지 않으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이미 8차례의 심의위 권고가 있었고, 검찰이 이를 모두 수용해왔던 것을 보더라도 이 제도의 신뢰성은 확보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전 국민들이 안다. 2017년부터 삼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처벌이 진행되어 왔다. 이제는 검찰권력이 특정 기업 때리기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도 있다. 실제로는 검찰 개혁을 권력 장악이나 특정 기업 때리기의 채널로 삼아 이념정치 실현의 도구로 활용하려 하면서, 겉으로는 공정과 정치적 중립을 외쳐대는 이율배반적 권력으로부터 검찰권력을 독립시켜 헌법과 국가체제가 흔들리지 않게 견제하는 게 진정한 개혁의 요체가 아닌가.
 
검찰개혁은 역사적 과제다. 그러나 ‘조국식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권력 장악이고 편의적 수단에 불과하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 당시 검찰총장 이하 검사들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수사한 이유는 개혁이 두려워서가 아닐 것이다. 개혁을 핑계로 한 이념적·보복적 물갈이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이념적 사이비 개혁은 차기 정권에서 또다시 적폐청산의 악순환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평검사들이 뽑고 검사 임면권은 검찰이 알아서 하게하는 개혁이 바람직하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같은 민주적이고 객관적인 제도는 더욱 확대하여 권고 절차가 아니라 의무적 판정절차로 이참에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면 정치권력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외부 전문가인 심의위원들과 평검사들이 무서워서 절대로 부패하지 못할 것이다.
 
뒤죽박죽 검찰개혁 열차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고양이에게 맡겨놓은 생선을 잘 되돌려받을 것을 기대하는 국민이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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