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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마이너스' 늪에 빠진 수출, 미·중 갈등까지 덮치나

중앙일보 2020.07.01 15: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이 수렁에 빠졌다. 주요 수출국이 경제활동을 점차 재개하며 감소 폭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회복 시기도 안갯속이다. 6월 말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등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우려되고, 미·중 갈등의 먹구름도 짙어진 탓이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6월 수출입동향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6월 수출입동향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6월 수출, -23.6%→-10.9% 회복했지만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은 392억13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0.9% 감소했다. 3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지만, 코로나 충격에 크게 내려앉았던 4월(-25.5%)과 5월(-23.6%)보다는 개선된 수치다. 무역수지도 회복세다. 8년 3개월 만에 적자(4월)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6월 36억66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5월(4억46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6월은 5월보다 조업일수가 이틀 더 많았기 때문에 일평균으로 따지면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18.5% 감소했다. 게다가 품목ㆍ지역별 수출액 등 각종 지표는 여전히 마이너스 늪에 잠겨있다. 2분기 전체 수출액은 1104억6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0.2% 급감했다. 분기 수출 실적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2년만이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에도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침체의 골은 깊고 가파르다.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방산업 부진→후방산업 수출 감소 

 
특히 6월은 수출 부진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휴대폰・섬유·건설업 등 전방 산업의 부진이 차 부품·일반기계·석유제품 등 후방산업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3위 수출품인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자동차와 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33.2%와 46%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주요 수출국의 공장 가동률이 다소 회복하고 매장이 영업 재개에 들어갔지만, 현지 재고물량이 소진되지 못해 수출 여력이 많지 않았던 영향이다.
 
석유를 주로 소비하는 공장의 가동률 저하는 석유 수요 감소를 불렀고, 이는 석유제품 수출에도 적신호를 켰다. 6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은 각각 68.4%와 11.8% 줄었다. 수출 물량 감소와 함께 저(低)유가로 제품 단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양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정체 상태다.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0% 증가했다. 주요 수요처인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OEM)에 D램 재고가 쌓여있는 데다, 스마트폰 업황이 부진한 탓이다.
 
주요 지역별 6월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지역별 6월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 특수' 바이오ㆍ컴퓨터는 호재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4ㆍ5월과 비교하면 개선세라는 점이다. 5월 자동차(-54.2%)를 비롯해 차 부품(-66.8%), 섬유(-43.6%), 석유제품(-68.4%) 등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수출품의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ㆍ헬스 분야는 진단기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액이 53% 뛰었다. 진단기기는 10개월 연속 수출액이 증가했다.

 
여기에 재택근무 등 홈코노미가 확산하며 컴퓨터 수출은 9개월 연속 증가했다. 데이터 사용이 늘고 저장장치(SSD) 수요가 늘며 6월에는 91.5% 수출액이 커졌다. 또 병원 대신 집에서 직접 피부관리를 하는 '홈 뷰티' 확산으로 화장품 수출이 19.2% 늘었다.
 
품목별 수출액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품목별 수출액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수출,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이 관건

앞으로의 수출 상황은 안갯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지난달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품목이 서서히 반등 기미를 보이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6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9.5%)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우려가 있고, 경기 회복 시점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8.3%), EU(-17%), 아세안(-10.8%) 등 국가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미·중 무역 갈등도 복병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수출은 코로나19와 재발 조짐을 보이는 미·중 무역 갈등의 진행경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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