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시아서 인기 ‘베리맛 초코파이’ 한국엔 없는 이유

중앙일보 2020.07.01 07:00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초코파이. 사진 오리온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초코파이. 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라즈베리맛’과 ‘체리맛’에 이어 올해 ‘블랙커런트맛’까지 ‘베리맛’ 초코파이를 잇따라 출시했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3% 넘게 성장하면서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1993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2018년 선보인 ‘다크’와 ‘초코칩’ 초코파이 등에 이어 라인업을 확대한 덕분이다. 
 

국내 기업들 ‘글로컬라이제이션’ 활용법


‘베리맛’ 초코파이는 러시아인의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별장) 문화에 착안해 내놓은 것으로, 한국엔 없다. 러시아인들은 ‘다차’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만들어 즐겨 먹는다. ‘베리맛’은 러시아에서 출시 1년도 안 돼 전체 초코파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며 급성장 중이다. 반면 한국에선 베리류가 다양하지 않고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상품화하기에는 시장성이 부족했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게…현지공략 정공법

미국에서 판매중인 내추럴 고추장. 사진 대상(주)

미국에서 판매중인 내추럴 고추장. 사진 대상(주)

해외에서 'K푸드'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K푸드'라고 해서 다 한국에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엔 없는 한국 음식. 현지화(localization)를 통해 한국 브랜드를 세계화(globalization) 한 이른바 ‘글로컬라이제이션’의 결과물이다.  
 
현지 공략엔 역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이 통한다. 대상㈜이 2014년 미국 시장에 내놓은 ‘내추럴고추장(Korean Chilli Sauce)’은 ‘장’에서 ‘소스’로 진화한 제품이다. 고추장에 물성을 더해 소스처럼 활용한 것으로, 단순하게 매운 맛만 내는 칠리소스와는 차별화했다. 포장 용기도 숟가락으로 푸는 방식이 아닌 스탠딩 타입으로 세워서 놓고 짜서 쓸 수 있게 했다. 내추럴고추장은 최근 5년간 매년 연평균 1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케첩과 접목한 ‘내추럴고추장 케첩소스’, 덜 매운 ‘내추럴 미소디핑소스’ 등도 있다.
 

러시아 '과일맛 음료', 동남아 '딸기맛 소주'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밀키스. 사진 롯데칠성음료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밀키스. 사진 롯데칠성음료

아예 ‘없는 것’을 내놓거나 ‘많은 것’을 공략하는 것도 비결이다.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는 우유만 함유된 오리지널 외에 딸기, 바나나, 레몬, 포도 등 12가지 과일향 라인업에 힘입어 러시아 국민음료로 자리잡았다. 오리지널과 솜사탕향만 판매 중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1990년 진출 초기에만 해도 오리지널만 판매했지만, 러시아가 기후·지리적 여건상 다양한 과일을 접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오렌지와 딸기 제품을 추가 출시했다가 큰 인기를 끌자 이를 꾸준히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매출액이 약 50% 늘어난 1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동남아의 경우 이미 풍부한 과일이나 쌀 등을 공략해 성공한 지역이다. ‘과일맛 소주’가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가 2015년 10월 태국에 수출한 ‘자몽에이슬’ 후속작으로 지난해 두 번째 수출전용상품 ‘딸기에이슬’을 출시했다.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이후 동남아에서 하이트진로 소주 판매량은 지난해까지 4년간 연평균 22%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가 2017년 출시한 ‘순하리 딸기’도 출시하기도 전부터 10만병가량 판매처를 확보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이 베트남에서 아침대용식으로 선보인 양산빵 ‘쎄봉’(C’est Bon)은 말린 돼지고기를 빵 위에 얹어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반미 짜봉’을 모티브로 했다. 쎄봉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현재 누적판매량 3500만개를 돌파했고, 쌀과자 '안'(An) 역시 출시 8개월 만인 지난 1월 누적판매량 106억원(1580만 봉지)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지리아 초고가 선물로 인기인 고려인삼주  

필리핀 세븐일레븐에 진열된 한국의 과일맛 소주. 사진 하이트진로

필리핀 세븐일레븐에 진열된 한국의 과일맛 소주. 사진 하이트진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해외에서 통하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이 2017년 유럽에서 내놓은 ‘비비고 갈비 왕교자’는 한국식 갈비를 만두소에 적용한 정통 한식 만두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80% 성장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거래처인 영국 기업과 공동 브랜드로 레스토랑 등에 납품(B2B)하던 ‘Korean-BBQ Beef Kyoza’ 역시 한국식 갈비 소스를 활용한 정통 만두로, 거래처 반응이 워낙 좋아 올해 4월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B2C 제품으로도 출시했다.
 
팔도 도시락 라면은 한국에선 소고기와 김치 2종만 판매하지만, 러시아에선 이를 포함해 닭고기·돼지고기·버섯·해물 등 총 8종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2012년도엔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도 내놨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를 소스로 즐기는 러시아 문화를 고려한 것이다. 모든 도시락 제품엔 젓가락이 아닌 포크를 넣었다. 도시락은 1991년 러시아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판매량은 54억개로, 지난 5월엔 러시아 특허청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도시락(Doshirak)’을 저명상표로 인정받았다. 
 
롯데칠성음료의 ‘고려인삼주’는 해외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 경우다. 1972년 처음 출시된 고려인삼주는 2007년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직접 수삼이나 인삼을 사서 소주에 담가 마시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판매량이 줄어서다. 이에 반해 나이지리아에선 고가에도 불구하고 ‘마시는 동양의 비아그라’로 통하며 접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인기가 커지자 중국산 모조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매출은 1억3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90년대 초반 중동, 아프리카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현지인들에게 한국 인삼을 선물하면서 인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인삼 뿌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점 등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