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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봐라, 난 높은 文 지지율이 달갑지 않다" 조기숙 경고 2탄

중앙일보 2020.07.01 05:34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적으로 성공하면 대통령 임기 동안 인기를 누리며 높은 지지를 받지만 그럴수록 정책적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정치의 성공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까요?’라는 제목의 후속 글 한 대목이다. “지지도가 높으면 정책적 실수에 대해 관대하게 되고 참모들도 해이해져서 다 잘하고 있는 걸로 착각할 수 있다”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가 지난 29일 글을 내린 지 하루 만이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친노(친노무현) 인사다.
 
조 교수는 이날 “높은 지지도가 이런 당연한 정책 결정 과정의 생략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가 정치적으로 성공했기에 정책적으로 실패했듯이 저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이 꼭 달갑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성공한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정치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조 교수는 이어 “교육은 포기했어도 애정이 있기에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며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임현동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임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출범 이후 역대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년 차 1분기인 올해 1~3월 61%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의 같은 시기 지지율보다 높다. ‘조국 사태’로 여론이 비판적이었던 지난해 4분기에도 문 대통령 지지도는 44%를 유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조 교수의 경고처럼 높은 지지율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일까. 야당은 물론 친정부 성향의 진보개혁 진영에서도 ‘정책의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공격 포인트는 조 교수와 다르긴 하지만,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과)도 30일 페이스북에서 “청와대 정책실의 실종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6·17 대책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 21차례 나온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 사례라고 정치권에선 입을 모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도한 부동산 대책은 서울→경기 남부→수도권 및 충남권까지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풍선효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에선 “비전문가들이 ‘될 때까지 잡겠다’는 생각으로 규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기 터지면 여기, 저기 터지면 저기 막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친문 재선 의원)는 우려 섞인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기 추진됐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 상공인의 폐업과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낳았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심각했던 2018년 초 청와대 정책실에 바닥 민심이 끓어오르고 있으니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책실에선 ‘지지율이 높을 때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당시 문 대통령 지지율은 75%(한국갤럽·2018년 1분기)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뉴스1]

문재인 정부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뉴스1]

교육정책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일반고로 일괄전환하겠다는 정책이 되려 지역 불평등을 키우고 사교육 시장을 키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해 들고 나온 ‘한국형 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솔직히 구체성도 부족하고 1930년대 개념을 갖다 붙인 것도 넌센스”(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라는 혹평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이라크 파병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지만 결과적으로는 진영을 막론하고 “국익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달리 정책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정책에 대한 강한 신념, 강고한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라며 “176석 슈퍼 여당의 힘까지 갖춘 만큼 하고 싶은 것을 정말 다 하는 정부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등 진보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에 비판 조로 돌아선 지 오래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높은 지지율의 덫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강력한 콘크리트 지지율과 연이은 선거 승리가 정책 실패를 가려서 결국 쓰디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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