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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법·추경 밀어붙이기, 여당의 독주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2020.07.01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를 독식한 ‘거대 여당’ 민주당이 그야말로 독주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민주당은 그제 1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직후 16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3차 추경안(35조3000억원) 처리에 돌입했다. 어제는 예산안 처리의 마지막 단계인 예결위 전체회의도 열었다. 여당은 상임위에서 정부 원안보다 예산을 마음대로 늘렸다. 산업자원위가 정부 안보다 2조3100억원을 증액했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3163억원을 늘려 의결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모두 3조1031억원을 증액했다. 다수의 상임위가 고작 1~2시간 안에 회의를 끝냈다. 오죽하면 기재위에 참석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여당과 정부의 졸속 운영에 유감을 표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을까. 상임위만 졸속이겠나. 예결위와 본회의 심사도 여당의 독식이 불 보듯 뻔하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이런 식의 독단과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공수처법 야당 협조 어렵자 “다시 개정” 으름장
야당 불참에 예산 마음대로 늘리고 심사는 졸속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도 밀어붙일 태세다. 공수처법은 야당이 반대하면 출범이 난망하다.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2명의 위원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정족수(6명)가 미달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지난 연말 패스트트랙을 통해 본회의를 통과시킨, 사실상 여당 뜻대로 만든 법이다. 그래놓고 야당의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 되자 여당이 공수처법 자체를 고쳐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으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이해찬 대표),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출범시키겠다”(백혜련 법사위 여당 간사)면서다. 아무리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공수처 출범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숫자와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긴단 말인가.
 
민주당은 1987년 민주화 개헌 이후 지켜 온 국회 관행을 깨고 유례없는 독단적 국회 운영을 시작했다. 아무리 야당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독주와 독단은 곤란하다. ‘정치 집단’인 집권 여당이 대화와 타협을 등한시하며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다”라는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나온다. 그 말이 맞다.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은 공존과 협치의 정신을 놓아선 안 된다. 국민이 다수 의석을 몰아준 이유에는 ‘야당을 설득하는 것도 결국 여당의 책임’이란 점이 포함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협치 없는 일방통행식 독주는 오만이다. 결국 그게 쌓이면 한순간에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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