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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치자유도 경제특혜도 뺏겼다

중앙일보 2020.07.01 00:09 종합 1면 지면보기
홍콩 민주화 지지자가 30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7월 1일 시위에 나서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중국 전인대는 이날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종언을 고하며 ‘홍콩의 사망’이란 비판이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지지자가 30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7월 1일 시위에 나서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중국 전인대는 이날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종언을 고하며 ‘홍콩의 사망’이란 비판이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30일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법률적 근거가 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표결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부칙 3항에 삽입돼 1일부터 시행된다.
 

중국 전인대서 홍콩보안법 통과
반중국활동 처벌, 일국양제 종언
미, 대중 보복 “홍콩 특별지위 박탈”
수출허가예외 중단, 미·중 충돌 격화

보안법 오늘 시행…안보처 설치
위반 땐 중국서 재판, 최고 종신형
반중파는 처벌 우려 시위 안 나서

홍콩보안법 통과를 두고 중국에선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주권을 영국으로부터 회수한 이래 ‘제2의 주권 반환’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한 행정구로 만들어 주던 홍콩의 정치적 자유는 23년 만에 종언을 고하며 ‘홍콩의 사망’이란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홍콩보안법 발효에 대한 보복으로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이 누려 온 특혜의 일부를 제거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거칠게 대립하는 미·중 갈등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터 홍콩보안법 초안 심의를 개시해 회의 마지막 날인 30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는 오전 9시(현지시간) 시작됐는데 15분 만에 표결처리가 끝날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홍콩보안법이 명시한 처벌 대상은 크게 네 가지다. 국가 분열 행위, 국가 정권 전복 행위, 테러 행위, 해외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 등이다. 앞으로 홍콩 시위는 테러 행위로 간주해 처벌된다. 국가 분열이나 국가 전복 행위는 광범위하게 해석돼 홍콩의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봉쇄할 전망이다. 홍콩에서 더는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외부 세력과의 결탁도 처벌되므로 홍콩에 거주·방문하는 한국인 등 외국인도 주의가 필요하다.
 
처벌 수위도 대폭 높아졌다. 홍콩보안법의 최고 형량으로 당초 10년이 거론됐으나 심의 과정에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중국 본토와 같이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 홍콩보안법 위반 사건은 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배심원 없이 재판관 3명이 합의제로 판정하게 됐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중국은 홍콩보안법 시행을 위해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하기로 했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주재 국가 안보 기구로, 홍콩 안보 상태를 분석하고 홍콩에 필요한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을 지도하는 권한을 보유한다. 홍콩 안보에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가 포함될 수 있어 사실상 중국 정부가 홍콩을 직접 지배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을 특구(特區)로 만들어 주던 세 가지 축인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를 뜻하는 ‘항인치항(港人治港)’ ‘고도자치(高度自治)’ 모두 홍콩 반환 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홍콩은 특구가 아닌 중국의 여느 지역과 같은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슈아 웡 등 54명 블랙리스트, 홍콩 대대적 검거 나설 듯 
 
3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표결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신화=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표결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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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1일부터 홍콩 내 민주 인사에 대한 대대적 검거 선풍이 불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힌 반중난항(反中亂港) 인사에 대한 처리를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학생운동 지도자 황즈펑(黃之鋒), 빈과일보(頻果日報) 발행인 리즈잉(黎智英),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등 54명의 체포자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2018년 4억3270만 달러(약 5200억원) 규모의 홍콩 수출품에 특혜를 적용했다. 이 중 대부분은 암호화 기술, 소프트웨어, 첨단기술 등 민간뿐 아니라 군과 치안당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부터 홍콩에 대한 국방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민·군 이중 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을 승인한 국방물자·서비스 규모는 240만 달러(약 28억7000만원)였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조치 대상은 2018년 기준 암호 장비·소프트웨어 등 4억3270만 달러. 전체 수출의 2.2%에 불과할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9일 예고한 대로 관세·비자 등 홍콩 특별대우를 전면 박탈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이 지위는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한 제도로 평가된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단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에 대한 미국의 방해 시도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홍콩보안법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 문제는 중국 내정에 속하고, 어떤 국가도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인 후시진(胡錫進)도 “워싱턴은 홍콩의 하늘을 뒤집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홍콩 문제에 대해 악의적인 표현을 쓰는 미국 인사의 비자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이날 흰 셔츠와 파란 모자를 쓴 친중파 홍콩 시민 수십 명이 공원에 모여 홍콩보안법 통과를 환영했다. 이들은 대형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흔들며 샴페인을 마셨다. 반면에 반중파들은 홍콩보안법에 따른 처벌을 우려해 시위에 나서지 않아 거리가 조용했다고 CNN이 전했다. 중국을 비판하던 홍콩 시민들의 트위터 계정 수백 개가 홍콩보안법 처벌 우려로 자발적으로 삭제됐고,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 소프트웨어 판매가 급증했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이 전했다.
 
베이징·워싱턴=유상철·정효식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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