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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이겨낸 홍상삼의 ‘홍삼투’

중앙일보 2020.07.01 00:04 경제 6면 지면보기
홍상삼. [뉴시스]

홍상삼. [뉴시스]

홍상삼(30·KIA 타이거즈·사진)이 돌아왔다. 자신감을 무기로 새 둥지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두산서 방출, KIA 새 둥지
볼넷 공포증 이기고 불펜서 활약

2009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 홍상삼은 기대주로 꼽혔다. 힘 있는 공이 강점이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홍상삼은 2012년, 5승2패 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중간에 하차했지만,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도 뽑혔다.
 
그 해를 정점으로 홍상삼은 하락세를 보였다. 구위는 뛰어났지만, 불안한 제구가 문제였다. 그래서 삼진도 잘 잡았지만, 볼넷을 내주며 무너졌다. 입지는 좁아졌고, 지난해에는 3경기 출전에 그쳤다. 홍상삼은 “부담감 때문에 공황장애를 겪었다”고도 공개했다.
 
두산은 지난겨울 홍상삼을 방출했다. 그에게 KIA가 손을 내밀었다. 서재응 KIA 투수코치는 홍상삼에게 “어떤 공을 던져도 좋다. 자신감 있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거짓말처럼 홍상삼이 달라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5선발 후보로도 지목됐다. 경쟁에서 밀렸지만, 이달 들어서면서 구원투수로 1군에 올라왔다.
 
홍상삼은 10경기에서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2.89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준표·전상현·문경찬 필승조에게 부담이 몰렸는데, 홍상삼이 그 짐을 나눠 졌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홍상삼이 불펜에서 여러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호평했다. 달라진 홍상삼을 보며 KIA 팬들은 “산삼이 굴러들어왔다”며 좋아했다.
 
무엇보다 볼넷 공포증이 사라졌다. 홍상삼은 “볼넷을 줘도 한 베이스만 주는 것이다. 안타는 장타가 될 수도 있다. 볼넷을 주더라도, 삼진을 더 잡는 게 낫다”고 말했다.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 딱 그랬다.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줬지만, 김혜성·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올 시즌 볼넷은 9개, 탈삼진은 19개다.
 
“무엇이 본인을 달라지게 했냐”는 질문에 홍상삼은 “자신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두산 시절엔 트라우마가 있었다. 주변에서 ‘힘을 내라’고 해도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적인 변화는 전혀 없다. 감독님도, 코치님도 ‘자신감을 가지라’고만 했다. 마운드에서 호흡을 깊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전했다. 홍상삼은 인터뷰에서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7차례 얘기했다. 이어 “새 팀으로 옮기면서 리셋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홍상삼에겐 또 하나의 고비가 남아 있다. 관중이다. 이 달부터는 관중 입장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홍상삼은 “무관중 경기가 내겐 도움됐다고 생각한다. 관중이 있었다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의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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