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투기꾼이냐" 아우성인데…김현미 "부동산 더 손봐야"

중앙일보 2020.07.01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인천시가 6ㆍ17 대책에 반발해 개선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규제지역이었다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인천시 연수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인천시가 6ㆍ17 대책에 반발해 개선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규제지역이었다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인천시 연수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진보 진영에서조차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 강행 의지만을 다지고 있다. 문 정부 들어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 안정화는커녕 이제는 대책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실수요자와 전쟁 된 부동산 정치
조기숙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인천시 “투기지역 해제하라” 반발

갭투자 금지로 전세는 대란 조짐
거래는 10년래 최저, 값은 더 올라

김 장관 “21번째 대책 아닌 네번째
정책 잘 작동하고 있다” 마이웨이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SNS에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며 “국민의 삶과 재산에 너무 밀접한 정책이고,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28일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 부동산 인식 정확한지 점검 필요하다. 이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 이유”라며 비판의 글을 올린 데 이어서다.
 
박남춘 인천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인천시의회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공식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시는 “관내 기초단체 등의 의견이 취합되는 대로 7월께 부동산 대책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며 “투기·조정대상지역 해제, 선별적 지정이 주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6·17 대책 발표 이후 인천시민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인천시는 당초 비규제지역이었다가 이번 대책으로 전역이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반발한 인천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60→40%로 쪼그라들어 피해를 보게 됐다. 내가 투기꾼이냐”는 글을 올리고 있다. 문 정부가 앞세우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아이러니하게 ‘부동산 실수요자와의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꼴이다.
 
서울 부동산

서울 부동산

전세 시장도 심상치 않다. 거래는 줄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 조기숙 교수가 “분양가 상한제만 해서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전세대란을 가져오게 됐다”고 지적한 대로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이달 6085건으로, 지난 2월(1만8999건) 이후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특히 5월(9584건)에 이어 2개월째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1만 건을 밑돌고 있다. 이런 거래량은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정부가 ‘실수요=실거주’로 정의하면서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전세 낀 갭투자를 원천 금지하고,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를 하도록 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 평균 전셋값은 서울이 4억6105만원, 경기가 2억5900만원에 달한다. 0%대 금리에 보유세 부담이 늘자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데도 정부는 ‘마이웨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논란이 많은데 부동산 대책이 다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또 김 장관은 “지금까지 21번째 대책을 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네 번째”라고 답하며 “21번째라는 것은 언론이 온갖 것들을 다 붙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숫자에 대해 논쟁할 생각은 없지만, 의원님이 모르니까 대답한 것”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의 부족한 점을 손봐야 할 점이 있다”며 “두루 검토해서 집을 많이 가진 것이 부담되게 하고 투자 차익은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화·윤정민 기자 onhw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