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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위 대구통합신공항 쟁탈전 반년…무산 위기 D-2

중앙일보 2020.07.01 00:03 18면
주민 5만2000여 명이 사는 경북 의성군과 2만3000여 명이 거주하는 군위군은 야산 하나를 경계로 둔 이웃이다. ‘이리 해주이소(이렇게 해주세요)’ 같은 경상도 특유의 정겨운 사투리도 똑같이 쓴다. 매월 2일과 7일은 의성군 읍내에 오일장이, 다음 날인 3일과 8일은 군위군 읍내에 오일장이 선다. 장날 다른 지역 주민이라는 것을 알아도 서로 ‘바가지’를 씌우기는커녕 ‘덤’을 슬쩍 얹어줄 정도로 지역감정 같은 게 없다.
 

선정위원회 “상생방안 합의 권고”
7월3일전에 합의 못 하면 백지화
인센티브 안 나와도 변화 없어
두 지역 입장 차 여전 무산 우려

30대 의성군민은 “대표 특산물도 다르게 키우는데 의성은 마늘, 군위는 자두·오이다. 인접한 시골 지자체 간 다툼의 근간인 특산물 ‘경쟁’이 없다”고 했다. 의성 군위는 나란히 전국 ‘소멸위기 지자체’ 1위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
 
이웃사촌 의성·군위가 등을 돌린 건 반년 전인 올 초. 9조원 규모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신공항) 이전지를 두고 쟁탈전을 시작하면서다.
 
의성군은 올 1월 주민투표를 통해 정해진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공동후보지에 신공항이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군위군은 단독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으로 신공항 유치를 원하는 중이다. 두 지역 모두 신공항 이전 사업은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문제. 지방소멸을 막는 해결책이다. 이웃사촌이지만 양보없이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사업인 셈이다.
 
이런 의성·군위의 신공항 쟁탈전 합의 가능 시한이 이틀 남았다. 이 안에 쟁탈전을 끝내고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신공항 이전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다.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실무위원회를 열었다. 7월 3일 최종 결정을 내리는 선정위원회를 진행하기 전 실무진들이 내용을 정리하는 자리다. 이날 선정실무위에는 신공항 유치 신청서를 낸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을 비롯해 대구시·경북도 등 지자체, 국방부와 관련 중앙부처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선정실무위는 “이전 후보지 두 곳 모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독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 일대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이전부지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공동 후보지인 의성군 비안면, 군위군 소보면 일대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만, 의성군수만 유치를 신청해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선정실무위원회 측은 “7월 3일 선정위원회 때까지 지역 상생 방안을 합의하도록 권고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쟁탈전을 끝내라는 의미다.
 
이틀이라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지만, 이웃사촌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국방부·대구시·경상북도가 ‘인센티브 안’까지 마련해 화해를 돕고 있지만, 쟁탈전에 긍정적인 변화는 없다. 인센티브 안은 민항시설 및 부대시설을 군위군 쪽에 짓고, 군 영외 관사와 공항 배후에 들어서는 산업단지를 군위군 쪽에 건립한다는 내용 등이다. 의성군 이장연합회와 의성군의회는 “주민투표로 신공항 이전지가 결정된 사안에 군위에 유리한 인센티브 안을 제시한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대로 공동 후보지에 신공항이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 군위군 측은 “단독 후보지로 신공항이 들어오고 의성이 인센티브 안을 받으라”는 내용의 역제안을 했다. 군위군 이장협의회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현재로는 무산 위기의 신공항을 살리는 길은 단독 후보지를 선정하고 의성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대로 의성과 군위가 합의를 못한다면 신공항 이전 사업은 백지화된다. 원점으로 돌아가 ‘제3의 후보지’를 찾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성군이 양보하고 군위군이 수용해야 신공항 사업이 공동 후보지에 그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상북도는 “제3 후보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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