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 20대 국회서 폐기된 '보편요금제' 재추진…이통사, "획일·강제적 정책으로 경쟁력 위축"

중앙일보 2020.06.30 18:08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뉴스1]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뉴스1]

 
정부가 이동통신사에게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재추진한다. 지난 20대 국회 때 "시장 논리를 무시한 '팔 비틀기'"라는 야당의 비판으로 폐기됐던 법안을 정부가 재발의하면서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서 불발된 보편요금제 재추진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 마련 등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보편요금제는 통신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 등 이동통신 서비스를 적정한 요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따라 과기정통부는 2018년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월 2만원대에 제공하는 LTE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5G 등 4차 산업혁명을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데,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통신사의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 줄게 돼 5G 상용화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정부, "모든 국민 적정 요금에 통신 이용해야"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면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60일 안에 보편요금제를 마련하고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보편요금제의 기준은 일반적인 이용자의 전년도 통신서비스 평균 이용량의 70% 수준에 해당하는 음성·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보편요금제 도입이 처음 추진됐던 2018년에 비해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당시 정부가 제시한 월 2만원(음성 200분, 데이터 1GB)대 요금제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편요금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60일 이내에 보편요금제를 마련하고 신고해야 한다. [뉴스1]

보편요금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60일 이내에 보편요금제를 마련하고 신고해야 한다. [뉴스1]

 

이통사, "획일·강제적 정책으로 경쟁력 위축"

통신업계는 과기정통부의 움직임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편요금제처럼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요금인하 정책은 합리적인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국내 통신사업 및 ICT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알뜰폰을 지원하면서 이통사의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는 것은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통사가 저렴한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면 가뜩이나 멤버십 등 부가서비스가 열악한 알뜰폰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면서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 추진에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