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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후폭풍···"이럴 거면 해외주식 투자가 더 낫다"

중앙일보 2020.06.30 17:58
“동학개미에 대한 과세가 아니다.”
금융세제 개편안 공개 이후 후폭풍이 거세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발표한 내용을 뒤집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국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급증한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에 대한 과세가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은 현재 발생한 투자 수익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전면 과세는 2023년 이후 시행할 예정이며 이전에 발생한 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도록 의제 취득 기간을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차관은 “일각에선 주식양도소득 과세 확대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으나, 재정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존치될 필요가 있다”며 “증권거래세는 고빈도 매매 등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기재부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0.25%인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고, 연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본 사람에게 주식양도소득세를 매기는 게 골자다. 문제는 그동안 대주주(종목당 10억원 이상 또는 1% 이상 지분 보유)로 한정했던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을 소액투자자로 넓힌 점이었다. 세율이 20~25%에 이르는 주식양도세를 시행하면서 증권거래세는 찔끔(0.1%포인트) 내린다며 개미 투자자는 크게 반발하는 중이다.
 
증권거래세 개정안 두고 정부와 여야 대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증권거래세 개정안 두고 정부와 여야 대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20개가 넘는 관련 청원 글이 올라왔다. ‘주식 양도세 확대는 부당하다’는 청원엔 이날 오후 6만1000명 넘는 사람의 동의했다. ‘주식양도세 부과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엔 2만여 명이 동참했다. 주식 투자 게시판도 관련 내용으로 달아올랐다. 비슷한 수준으로 양도세율을 부담해야 한다면 한국보다 종목 선택지가 많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주식 관련 세제는 국내 증시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대주주가 아니면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었다. 반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대주주, 소액주주 상관없이 연간 250만원이 넘는 수익에 20% 양도세를 매겼다. 공제액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국내 주식 연 2000만원, 해외 주식 등 250만원) 양도세율 면에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간의 차별은 사실상 사라진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는 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해외 펀드만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금융세제 개편으로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 등으로 번 돈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여 20% 세금이 매겨진다.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사이 세제 차별점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또 직접 투자와 달리 공제액도 따로 없다.  
 
증권거래세 조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증권거래세 조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국내 상장 주식과 해외 주식간 공제 수준에 큰 차이가 있고, 해외 주식은 국내 주식보다 환전 수수료, 해외 증권사 수수료 등 추가적인 거래 비용이 발생한다”며 “또 영국ㆍ프랑스ㆍ호주 등 양도세를 과세하면서 한국보다 높은 거래세를 부과하는 국가도 있다”고 반박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 과세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으면 이미 종합금융소득 과세 대상이었으며, 금융투자소득 분류 과세로 인해 오히려 이점인 부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직접 투자와 달리 펀드 투자는 금융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개념이 다르다. 그런 논리라면 은행 이자 과세에 대해서도 공제를 해줘야 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시장의 분석은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투자’라는 개미들 반발 쪽에 무게를 더 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세 부과는 미국 15~20%, 일본 20%, 영국 10~20% 독일 25%, 프랑스 30% 등 주요국의 자본이득 세율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유인을 하락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식 거래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가장 큰 수혜를 입겠다”고 전망했다.
 
정치권도 소액투자자 반발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한 정부 공식 공청회(7일)에 앞서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하며 여론몰이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금융세제 개편안 발표 날인 25일 일찌감치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선 추경호 의원 주관으로 2일 ‘바람직한 금융투자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연다. 여야 모두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후 폐지 ▶주식양도소득세율 완화 ▶장기 투자자에 대한 혜택 추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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