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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환불' 추경 2718억···홍남기 반대에도 넣은 與

중앙일보 2020.06.30 17:14
대학 등록금 환불에 결국 나랏돈이 쓰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30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정부 안에 대학 등록금 환불 지원을 위한 사업을 추가로 끼워 넣었다. 문화재 보존관리 강화, 아동·여성안전 교육문화사업 등 경기 부진 대응과 거리가 먼 사업도 새로 만들어지거나 증액됐다. 국방 예산은 또다시 칼질 됐다. 여당이 일사천리로 35조원이 넘는 추경을 주무르면서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및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쪽에 회의에 불참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통합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항의하며 이번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뉴스1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쪽에 회의에 불참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통합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항의하며 이번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뉴스1

추경 3조 증액…등록금 지원 2718억원

3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6개 상임위원회는 예비심사를 통해 3차 추경 규모를 정부 안 대비 3조1031억5000만원을 증액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등록금 환불 지원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예비심사에서 대학 지원을 위해 2718억원을 늘렸다. 본예산에서 삭감된 767억원을 살려내고, 신규 유형 사업 1951억원을 새로 넣은 식이다. 교육위는 예비심사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학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생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구 노력과 함께 대학 재정 지원의 감액된 부분을 취소하고 필요한 예산의 증액이 필요함”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등록금을 환불할 경우 일부를 재정을 통해 보전해준다는 의미다. 이는 재정 당국 입장과 배치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대학 등록금 반환은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 정부 재정으로 등록금 반환을 커버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관광 영상 제작, 불교유산 보호사업 추가

경기 부진 대응과 큰 관계가 없는 여러 사업이 추가 혹은 증액된 것도 논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관광한국 실감콘텐츠 제작’사업을 230억원 규모로 새로 넣었다. 한국 관광명소를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해 제작‧배포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재 보존관리정책 강화 사업은 88억원이 증액했다. ‘불교문화유산보호 긴급지원’사업을 신규로 추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아동·여성안전 교육문화사업은 2억원이 늘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이 필요하다는 게 증액 사유다.
 
예비심사에서 소관 추경 규모를 가장 많이 늘린 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2조 3101억원을 증액했다. 전체 증액 규모의 67.7%를 차지한다. 코로나 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위한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를 1조원 증액했고, 지역신용보증지원(5800억원), 소상공인 융자지원(5000억원) 규모도 늘렸다.
 
지난 25일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 연평부대 K1E1 전차가 서북도서순환훈련을 위해 안갯속에 기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 연평부대 K1E1 전차가 서북도서순환훈련을 위해 안갯속에 기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 첨단 교육 9억원 삭감 

국방 예산은 또 깎였다. 첨단과학 훈련 및 교육(7억원), 첨단정보통신교육(2억2000만원)을 가액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집합 교육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 상황이 어려운 만큼 꼭 필요한 데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 환불 지원과 같이 인기 영합적 사업을 추경에 대폭 끼워 넣으면 나랏돈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추경 사업이 끝난 뒤에도 민간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재정이 투입되도록 해야 하는데 국회가 거꾸로 심의를 했다”고 지적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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