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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차별금지법 촉구…종교계 반대한 '성적 지향'도 포함

중앙일보 2020.06.30 15:36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이 30일 오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이 30일 오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국회에 ‘평등 및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6년 국무총리에 관련 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14년 만에 의견 표명이다. 인권위가 마련한 법안 시안을 보면 차별 사유에 일부 종교계가 반대해온 ‘성적 지향’ 등이 포함됐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고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는 안건에 대해 의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총 5개 장 39개 조로 이뤄진 평등법 시안을 공개했다. 차별의 개념에는 직접 차별뿐만 아니라 간접 차별도 포함된다. 괴롭힘과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등 역시 차별에 들어간다. 차별 사유로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해 21개를 규정했고, ‘등’이라는 표현도 넣어 사회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법안 약칭으로 ‘차별금지법’이 거론됐지만, 인권위는 ‘평등법’으로 정했다. 차별 금지는 궁극적으로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평등법 시안에 따르면 차별이 발생할 경우 인권위는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차별이 반복되거나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악의적 차별 행위’일 경우엔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할 수 있다. 차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벌칙 조항도 있다.
 
평등법 제정은 인권위의 숙원 사업이다. 인권위는 2006년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에게 정부 입법을 권고했다. 그러나 ‘성적 지향’ 사유 등을 두고 일부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고, 끝내 입법에 실패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고 있는지 사회적 인식이 전환됐다”며 “이번에는 입법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인권위 사무실 앞에선 평등법 제정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차별 사유에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다는 게 이유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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