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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난하면 최고 종신형···"반환 23년만에 홍콩이 죽었다"

중앙일보 2020.06.30 14:58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30일 제20차 상무위원회를 개최하고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법률적 근거가 될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基本法) 부칙 3항에 삽입돼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 전인대, ‘홍콩보안법’ 통과
홍콩 ‘국가안보처’ 설치해 직접 지배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조치 시작
中, 미국 제재는 “폐지 한 장” 비판

홍콩특구장관 케리 람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통과로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해 직접 홍콩 문제를 챙길 수 있게 됐다. [AP=연합뉴스]

홍콩특구장관 케리 람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통과로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해 직접 홍콩 문제를 챙길 수 있게 됐다. [AP=연합뉴스]

 
홍콩보안법 통과를 두고 중국에선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주권을 영국으로부터 회수한 이래 ‘제2의 주권반환’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한 행정구로 만들어주던 홍콩의 정치적 자유는 23년 만에 종언을 고하게 된 셈으로 서방에선 ‘홍콩의 사망’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 통과된 홍콩보안법이 명시한 처벌 대상은 크게 네 가지다. 국가분열 행위, 국가정권 전복 행위, 테러 행위, 외부세력의 홍콩사무 간섭 등이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진행돼온 홍콩 시위는 앞으론 테러 행위로 간주해 처벌된다.
 
지난 5월 24일 ‘홍콩 독립’이라는 글자가 쓰인 깃발을 들고 시위하는 홍콩 시위대. 이 같은 홍콩의 시위 풍경은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더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24일 ‘홍콩 독립’이라는 글자가 쓰인 깃발을 들고 시위하는 홍콩 시위대. 이 같은 홍콩의 시위 풍경은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더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국가분열이나 국가전복 행위는 광범위하게 해석돼 홍콩의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봉쇄할 전망이다. 홍콩에서 더는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외부세력의 간섭도 처벌되므로 외국인 또한 처벌 대상이다.
 
처벌 수위도 대폭 높아졌다. 홍콩보안법의 최고 형량으로 당초 10년이 거론됐으나 심의 과정에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중국 본토와 같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의 경우엔 최고 형량이 30년이다.
 
홍콩에선 매년 6월 4일 중국의 1989년 민주화운동인 6.4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이 같은 촛불 집회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선 매년 6월 4일 중국의 1989년 민주화운동인 6.4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이 같은 촛불 집회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이 같은 홍콩보안법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하기로 했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주재 국가안보 기구로, 홍콩의 안보 상태를 분석하고 홍콩에 필요한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을 지도하는 권한을 보유한다.
 
홍콩 국가안보처의 업무를 홍콩의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홍콩의 안보에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정부가 홍콩을 직접 지배하는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30일 홍콩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될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홍콩에서 시위는 사라질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30일 홍콩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될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홍콩에서 시위는 사라질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이에 따라 홍콩을 특구(特區)로 만들어주던 세 가지 축인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를 뜻하는 ‘항인치항(港人治港)’, ‘고도자치(高度自治)’ 모두 홍콩 반환 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홍콩 시위대에 의해 박살 난 홍콩 내 친중 기업이 운영하는 의류 상점 유리창. 앞으로 이 같은 행위는 홍콩보안법에 의해 테러 행위로 간주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AFP=연합뉴스]

홍콩 시위대에 의해 박살 난 홍콩 내 친중 기업이 운영하는 의류 상점 유리창. 앞으로 이 같은 행위는 홍콩보안법에 의해 테러 행위로 간주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AFP=연합뉴스]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1일부터 홍콩 내 민주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 것이란 우울한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힌 ‘반중난항(反中亂港)’ 인사에 대한 처리를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그 첫 타깃으로 우선 학생운동 지도자인 황즈펑(黃之鋒)이 거론된다. 황은 지난 2014년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홍콩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다. 지난해엔 미 의회에 ‘홍콩인권법’ 통과를 촉구하기도 해 중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홍콩의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인 황즈펑은 30일 통과된 홍콩보안법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큰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황은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해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홍콩의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인 황즈펑은 30일 통과된 홍콩보안법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큰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황은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해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다. [중국 환구망 캡처]

 
또 홍콩에서 중국 비판의 선봉에 서 있는 매체 빈과일보(頻果日報)를 운영하는 리즈잉(黎智英) 사장도 홍콩보안법의 희생자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즈잉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결국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며 홍콩은 특구가 아닌 중국의 여느 지역과 같은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빈과일보의 사주로 반중 시위를 이끌어온 리즈잉이 ‘홍콩보안법’과 관련한 인터뷰 도중 왼쪽 눈에 눈물을 보이고 있다. 리즈잉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중국 당국에 체포될 블랙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빈과일보의 사주로 반중 시위를 이끌어온 리즈잉이 ‘홍콩보안법’과 관련한 인터뷰 도중 왼쪽 눈에 눈물을 보이고 있다. 리즈잉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중국 당국에 체포될 블랙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로이터=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홍콩에 특혜를 주는 상무부의 규정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와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구별되는 특별한 지위를 보장해 왔다. 한데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보복으로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 대우를 일부 박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홍콩은 이처럼 미국으로부터 받는 특별 혜택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 등을 확립해 왔는데 홍콩보안법 통과로 정치적 자유에 이어 경제적 이점마저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별한' 홍콩이 '평범한' 홍콩으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29일 성명을 통해 미 상무부가 수출면허 예외조항 등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해 미국의 민감한 기술이 중국에 전용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AFP=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29일 성명을 통해 미 상무부가 수출면허 예외조항 등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해 미국의 민감한 기술이 중국에 전용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단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한 중국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러한 안건은 폐지(廢紙) 한장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또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 후시진(胡錫進)도 “워싱턴은 홍콩의 하늘을 뒤집을 수 없다”는 글을 통해 미국의 어떤 홍콩 관련 제재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홍콩 문제에 대해 악의적인 표현을 쓰는 미국 인사의 비자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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