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로나탓 일반 환자 억울한 죽음 없어야"…'정유엽법' 나올까

중앙일보 2020.06.30 14:33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증세로 숨진 고 정유엽군의 유가족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아들의 사망 경위와 의료대응 문제점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증세로 숨진 고 정유엽군의 유가족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아들의 사망 경위와 의료대응 문제점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뉴스1

“아들이 갔던 병원은 지금도 열이 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돼 입원을 거부당합니다. 코로나19 탓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우리 아들뿐이겠습니까.”

지난 3월 사망한 17세 정유엽군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입원 거부
하루 만에 증상 악화해 결국 사망
정군 부모 '정유엽법' 제정 촉구

 
 지난 3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정유엽(17)군 아버지 정성재(54)씨의 말이다. 정씨는 3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얼마 전 지인의 12살 자녀가 교통사고로 열이 나서 유엽이가 갔던 병원을 찾았는데 입원을 거부당했다고 들었다”며 “올가을 재유행이 온다지만, 여전히 비(非) 코로나 환자는 우리 아들처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열 41.5도인데 병원은 집에 가라”

 
 정씨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던 지난 3월 18일 아들을 잃었다. 건강하고, 반듯했던 막내였다.  
 
 당시 마스크 품귀 대란이 벌어지자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됐고, 정군은 차례가 온 날 약국 앞에서 추위에 떨며 1시간가량 줄을 서 마스크를 샀다. 그날 정군은 발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돼 입원을 거부당했다. 정씨에 따르면 당시 정군의 체온은 41.5도(병원 주장 39도)였다.  
 
 집에 돌아간 정군은 하루 만에 상태가 악화했다. 결국 3차 병원인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엿새 뒤 사망했다. 정군을 치료했던 영남대병원에서는 정군을 코로나19로 의심했으나, 정군이 사망한 뒤 질병관리본부는 ‘음성’으로 최종 판단했다.  
 
 정씨는 “길 가던 유기견이 억울한 죽임을 당해도 무슨 일인지 조사하는데, 건강하던 17세 소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는데도 경산시나, 정부에서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없다면 앞으로도 감염병 사태 시 병원에서 유엽이 같은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심어져 같은 피해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서 코로나19 탓 일반 환자 187명 사망 

 
 실제 대구에서 코로나19 탓에 일반 사망자가 15%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홍윤철 단장(예방의학과 교수)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3월 예측 사망자는 1215.8명인데 실제 사망자(비 코로나)는 1403명이었다. 187.2명(15.4%)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홍 교수가  2010~2020년 통계청의 사망률 변화를 반영해 올 1~3월 코로나19 초과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대책을 세우면서 비코로나 환자 진료 체계를 같이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도 “메르스 이후부터 지금까지 감염병이 확산했을 때 일반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할 대책이 없더라. 유엽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유엽법’ 제정될까

 
 정씨는 현재 감염병시 일반 환자의 의료 공백을 막는 이른바 ‘정유엽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정군의 부모는 인권·노동·법률·의료 시민사회단체 등과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다. 
 
첫 단계는 정부의 진상조사단 구성이다.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대책위는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내 발생한 의료 공백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며 탄원서를 냈다. 청와대 측에선 이 탄원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 중 대책위는 경산시장을 만나 당시 행정 조치가 적절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권정훈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진상 조사가 이뤄지면 유엽이 자료를 토대로 국회의원 등과 함께 의논해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법 내용은 의료계·법조계 등 전문가의 의견에 따를 것이나, 감염병 발생 시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들의 치료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고 설명했다. 
 
경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