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아빠가 엄마에게만 생전 증여…자식 상속몫 반환될까

중앙일보 2020.06.30 10:00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3)

A씨는 1963년 B씨와 결혼해 아들과 딸 한 명씩을 두고 43년여 동안 함께 살다가 2006년 사망했다. A씨는 사망하기 7년 전인 1999년 처인 B씨에게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했고, A씨가 사망할 때 남겨진 상속재산은 전혀 없었다. 그러자 A씨의 자녀들은 A씨의 유산 중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어머니인 B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자녀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으로서 유산을 남겨주는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상속인 중 일부나 제3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증여할 수 있다. 생전에 재산을 넘겨주지 않고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유산을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 재산은 피상속인이 평생 모은 것으로 원래 그에게 속한 것이니 당연한 이치다.
 
B씨와 결혼해 아들, 딸 한 명씩을 두고 43년여 동안 함께 살다가 2006년 사망한 A씨. A씨는 사망하기 7년 전 처인 B씨에게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A씨의 자녀들은 어머니 B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xhere]

B씨와 결혼해 아들, 딸 한 명씩을 두고 43년여 동안 함께 살다가 2006년 사망한 A씨. A씨는 사망하기 7년 전 처인 B씨에게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A씨의 자녀들은 어머니 B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xhere]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피상속인의 생전 처분 및 유언에 대한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유족에게 일정 부분의 유산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1977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가장이 사망하더라도 특정 유족에게만 유산이 몰림으로써 나머지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하고, 피상속인 생전에 긴밀한 유대관계가 있던 유족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를 보상하며, 공동상속인의 상속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 그들 사이에 상속권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취지다. 유류분제도는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나 유류분이 인정되는 범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독일·프랑스·미국 등의 선진국에도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유류분 비율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 등)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고,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 상속재산에 대해 유언이나 공동상속인 사이의 합의가 없을 때, 그 분할의 기준이 되는 비율을 법정상속분이라고 한다.
 
법정상속분은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균등하고, 다만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에 50%를 가산한다. 이 사건의 경우 상속인은 배우자 B씨와 자녀 2명이므로 법정상속분은 B씨 7분의 3, 자녀들 각각 7분의 2가 되고, 유류분율은 그 법정상속분 중 2분의 1이므로 B씨 7분의 1.5, 자녀들 각각 7분의 1씩이 된다.
 
A씨가 사망한 시점에서 상속인들이 나누어 가질 유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류분 계산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는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 가지고 있던 재산(유언으로 증여한 재산 포함)뿐만 아니라, 생전에 증여한 재산도 포함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증여 재산에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년 이내의 것만 포함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3자가 아닌 상속인에게 한 증여 재산은 기간의 제한 없이 모두 계산에 넣게 된다. 결국 계산상으로는 B씨가 자녀들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의 7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반환해야 한다.
 
고령화,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됨으로써 가족 부양과 상속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벌지 않은 유산 때문에 가족들이 원수가 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고령화,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됨으로써 가족 부양과 상속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벌지 않은 유산 때문에 가족들이 원수가 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그런데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했다.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왔다면, 그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으로 평가해 반환하지 않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불공평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결국 B씨에 대한 자녀들의 유류분반환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래 유류분제도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상속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먼저 유류분제도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제도가 발전하고 사회·경제적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상속에서 배제된 상속인의 부양을 위해 유류분제도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가족공동체의 중심이 혈연에서 부부로 이동함에 따라, 피상속인의 자녀나 형제자매들이 피상속인의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또한 상속인의 피상속인에 대한 정서적, 경제적 유대관계나 친밀도와 같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상속인들을 형식적으로 공평하게 취급하는 것은 오히려 실질적으로 더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현행 민법이 정하는 유류분의 인정 범위와 비율은 피상속인의 자유로운 유언이나 생전처분을 지나치게 제한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어린 자녀를 버리고 가출한 후 그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가수 고 구하라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촉발된 직계존속의 상속권 박탈 논란도 있다. 순직한 여성 소방관이나 세월호 사건의 생존 자녀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올해 4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일명 구하라법이 발의되었는데, 그 의안은 20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 되었다가, 21대 국회에서 다시 상정되어 있다.
 
그런데 부양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 연로한 부모를 돌볼 의무는 저버린 채 부모의 상속재산에만 눈먼 ‘직계비속’이나 평생 피상속인과 말 한마디도 나누어 본 적이 없는 ‘방계혈족’,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이 나서 원수와 같이 지내고 있는 배우자가 상속을 받지 못 하게 하자는 규정은 없다. 물론 이들의 상속인 자격을 박탈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이 다른 상속인보다 선순위로 상속받거나 동일한 상속분을 받게 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은 일명 구하라법이 예상하고 있는 직계존속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화,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됨으로써 가족 부양과 상속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벌지 않은 유산 때문에 가족들이 원수가 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까지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상속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바람직한 상속 제도가 마련되고, 아울러 유산 상속에 대한 건전한 의식과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길 기대해본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김성우 김성우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필진

[그럴 法한 이야기] 장남인 내가 유언장 상속 명단에서 빠졌다면? 큰 돈을 빌려준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면? 가사전문법관으로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우리가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법률문제의 해법을 사례 위주로 들려준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