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60대 유학파 할머니의 유튜브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

중앙일보 2020.06.30 08:15
 
 

[폴인인사이트]

■ 나의 내일을 위한 지식플랫폼, 폴인의 추천
각 분야 마케터, 브랜드 담당자, 콘텐츠 제작자가 살롱에 참가해 이를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트렌드를 담은 영상이 추가되면서 재생목록이 한층 더 풍성해졌고, 마케팅 인사이트가 꼼꼼히 공유됐죠. 살롱에 참가한 어떤 이는 "벅차게 많이 배우는 시간"을 보냈다고 전합니다.
 
그 현장을 각색해 폴인이 스토리북 〈마케터의 유튜브 활용법 101〉로 정리했습니다. 물밀듯 쏟아지는 새로운 트렌드의 바다에서 유튜브를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케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유튜브코드가 유튜브에서 트렌드를 읽어낸 방식을 사례 삼아, 마케터 분들이 즐겨보는 유튜브에서 각자에게 유의미한 트렌드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이 스토리는 〈마케터의 유튜브 활용법 101〉 의 1화  중 일부 내용입니다. 
 

마케터가 유튜브에서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이유

 
'퇴사할 거다'와 더불어 '유튜브 할 거다'가 요즘 직장인의 2대 허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꼭 유튜버가 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유튜브에 대한 관심을 늦출 수 없는 직장인이 있습니다.
 
바로 마케터입니다.
 
지금 가장 핫한 미디어인 유튜브에서 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참신한 시도가 넘쳐나는 유튜브 마케팅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다른 마케팅에 적용해야 하며, 하다못해 유튜브에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서라도 유튜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심지어 본인이 마케팅하는 브랜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면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게다가 요새 마케터의 업무의 범위가 콘텐츠 제작, 커뮤니티 운영 등 전방위적으로 넓어지면서 유튜브와의 접점도 더욱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마케터가 유튜브를 봐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활용만 제대로 한다면 마케터에게 유튜브의 효용은 수직 상승합니다.
 
그래서 주제별로 엄선한 유튜브를 보고 떠오른 질문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유튜브코드'는 마케터에게 필요한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오프라인 살롱을 열었어요. 이름하여 [마케터의 유튜브 - 마케터의 유튜브 활용법 101]입니다. 

 
살롱은 '여행에미치다'의 브랜드 초기 빌드업부터 브랜드의 A to Z를 경험한 조병관 브랜드 매니저와 함께 했습니다. 콘텐츠 기획, 제작, 제휴를 시작으로 현재는 커뮤니티 운영, 굿즈 개발 등의 업무까지 확장한 전천후 마케터입니다.
 
살롱 참가자들이 조 매니저가 선정한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함께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 이 콘텐츠 〈마케터의 유튜브 활용법 101〉입니다.
 
1화 〈마케터님, 요즘 유튜브 어떤 게 트렌드예요?〉에서는 최근 인기 있던 유튜브 콘텐츠를 선별해 봤습니다. '핫'한 영상들을 통해 트렌드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을 넘어, 이것이 인기를 끈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고 그 이면에서 큰 흐름을 읽었어요. 그렇게 꼽은 다섯 가지 키워드가 쿡방, 롤모델, 브이로그, 오디오, 팬데믹입니다. 물론 인기 있는 영상을 전부 본 것이 아니기에, 이외의 트렌드도 더 있을 것입니다. 유튜브코드가 유튜브에서 트렌드를 읽어낸 방식을 사례 삼아, 마케터 분들이 즐겨보는 유튜브에서 각자에게 유의미한 트렌드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1. 쿡방이 이토록 진화하는 이유

 
2014년부터 공중파 예능 블루칩이었던 쿡방이 정점을 지나 어느 정도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사이, 유튜브에서는 그 인기가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다만, 그 양상이 좀 달라요. 공중파는 유명 셰프가 고난도 요리를 만드는 재능 대잔치였다면, 유튜브에서는 일반인이 일상적이고 간편한 요리를 합니다.
 
공급이 용이하다는 점이 유튜브에서 쿡방이 흥하는 첫 번째 이유일 것입니다. 쿡방은 비교적 손쉽게 비주얼을 만들어내기 좋아요. 특히 촬영 인력이나 보조 출연자 없이 원맨쇼를 해야 하는 유튜버에게는 가성비 좋게 화면에 변화를 줄 수 있죠. 쿡방 전문 채널이 아니더라도 여러 채널에서 쿡방을 선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간편식 쿡방의 인기를 단지 비교적 공급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쉽습니다. 그보다 수요가 견인하는 부분이 더 큰 듯합니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간편식 트렌드 말입니다. 1-2인 가구는 혼자 간단히 해먹어요. 요리 재료나 조리 도구도 충분치 않고요. 이들을 위한 쿡방은 그저 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따라할 수 있고, 보는 데 있어서도 위화감이 없어야 해요. 그 일환으로 심지어 '라면' 쿡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죠.
 
쿡방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진화 중입니다. 여기에서 '질적인 진화'라 함은 나음보다 '다름'을 뜻합니다. 각자의 무기를 내세우며 차별화하는 거죠. 조병관 매니저는 "사실 간편식 집밥의 끝판왕인 백종원이 유튜브에 등장하면서, 웬만한 정보성 쿡방을 다 대체해버렸어요. 레시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다른 걸로 차별화해야죠"라며 남다른 쿡방 콘텐츠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수많은 쿡방 콘텐츠 사이에서 B급 편집으로 차별화한 〈먹어볼래〉의 영상 '호떡에 미친놈이 햄버거를 만들면'.

수많은 쿡방 콘텐츠 사이에서 B급 편집으로 차별화한 〈먹어볼래〉의 영상 '호떡에 미친놈이 햄버거를 만들면'.

 
〈먹어볼래〉는 차별화가 아주 잘 된 쿡방 채널 중 하나입니다. 우선, 편집점(편집할 때 컷을 전환하는 지점)이 굉장히 빠릅니다. 그리고 쓸 데 없는 말을 빼고 요리에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보여줍니다. 레시피 정보 전달에 주안점을 두는 채널이라면 도전하기 어려운 속도감입니다.
 
여기에 더해, 재료를 거의 던지다시피 하고 치대는 것도 〈먹어볼래〉만의 독특한 스타일입니다. 격투기를 기반으로 한 빠른 배경음과 추임새에 재료를 던질 때 나는 둔탁한 소리까지 어우러져 리듬감을 형성합니다.
 
아무 글자나 보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같은 〈먹어볼래〉의 자막. 예쁜 폰트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 설정되어 있는 듯한 굴림체를 무성의하게 사용한 덕분에 B급 감성이 더 돋보입니다.

아무 글자나 보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같은 〈먹어볼래〉의 자막. 예쁜 폰트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 설정되어 있는 듯한 굴림체를 무성의하게 사용한 덕분에 B급 감성이 더 돋보입니다.

 
자막 스타일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뇌에서 드는 생각을 필터링 없이 곧바로 친구한테 핸드폰 문자로 쳐서 보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흡사 아무렇게나 보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같습니다. 기본 설정되어 있는 폰트를 그대로 쓴 것 같은 굴림체도 무성의함을 더합니다. 이 모든 포인트가 쿡방에 드물던 B급 정서를 만들며 〈먹어볼래〉만의 개성이 됩니다.


유튜브 채널 〈캠핑한끼〉의 영상

유튜브 채널 〈캠핑한끼〉의 영상

 
빠른 편집이 대세인 유튜브에서 정반대의 편집 스킬로 인기를 끄는 쿡방도 있습니다. '아웃도어에서 즐기는 소소한 한끼'라는 콘셉트의 〈캠핑한끼〉가 딱 그런 예시죠. 인스턴트 없는 자연주의 재료와 반합 같은 단촐한 장비로 간단한 레시피를 선보입니다. 간편식 쿡방 트렌드를 또 다르게 소화한 것입니다. 여기에 자연을 배경으로 영상미를 한껏 살리고, 자연의 속도에 맞게 잔잔하고 느린 편집을 적용합니다.
 
채널명 전면에 내세웠듯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이 메인인 쿡방이지만, 시청자들이〈캠핑한끼〉를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아웃도어 라이프와 슬로우 라이프를 엿보는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 자연 속에서 불 피워놓고 멍 때리는 '불멍용' 힐링 콘텐츠, 캠핑 장소와 용품을 참조하는 캠핑용 콘텐츠 등으로 소비하는 거죠. 이렇듯 쿡방이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포인트에서 망하고 마음처럼 잘 안 되어 폭발하는 모습이 인스타그래머블한 영상미와 결합해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주는 '분노의 홈카페'.

어이없는 포인트에서 망하고 마음처럼 잘 안 되어 폭발하는 모습이 인스타그래머블한 영상미와 결합해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주는 '분노의 홈카페'.

대충 찍은 비주얼에 클래식 BGM, 진지한 척 하는 병맛 자막을 얹어 만드는 대조가 재밌는 채널 〈입금완료〉. 가끔 뼈 때리듯 공감가는 메시지가 있어 마니아가 많습니다.

대충 찍은 비주얼에 클래식 BGM, 진지한 척 하는 병맛 자막을 얹어 만드는 대조가 재밌는 채널 〈입금완료〉. 가끔 뼈 때리듯 공감가는 메시지가 있어 마니아가 많습니다.

 
이 외에도 집에서 카페 메뉴를 만들다 실패한 것만 모아둔 〈yedy101〉'분노의 홈카페' 시리즈, 레시피는 거들 뿐 음식을 만들며 머릿속에 떠오른 병맛 철학을 자막으로 얹는〈입금완료〉등 개성있는 쿡방이 계속 출연하고 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 젊은이에게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유튜브에서의 캐릭터는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합니다. 웃기고 자극적인 캐릭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유용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캐릭터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롤모델입니다.
 
대표적인 롤모델 유튜버는 〈밀라논나〉 할머니입니다. 〈밀라논나〉 할머니는 1978년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유명 백화점의 패션 담당 바이어,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교수로 활약하신 분입니다. '60대 명품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꿀템'이란 영상과 함께 유튜브에 데뷔했죠.
 
조회수 334만회를 달성한 〈밀라논나〉의 '60대 명품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꿀템'. 많은 젊은이에게 사랑받으며 시니어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가 많지 않은 유튜브에서, 그것도 패션을 다룬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조회수 334만회를 달성한 〈밀라논나〉의 '60대 명품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꿀템'. 많은 젊은이에게 사랑받으며 시니어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가 많지 않은 유튜브에서, 그것도 패션을 다룬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밀라논나〉는 패스트 패션 ZARA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명품 스타일 아이템을 골라줍니다. 보는 아이템마다 어떤 명품 브랜드 스타일인지 바로바로 매칭하는데, 명품 브랜드의 본질적인 특징을 정확히 꿰고 있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즉흥적인 코디도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을 보여주고, 중간중간 들려주는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에서 연륜이 묻어납니다.
 
패션 브랜드 ZARA를 소개하는 채널은 많습니다. 하지만 〈밀라논나〉처럼 오랫동안 패션계에 몸담은 전문가가 소개하는 콘텐츠는 찾기 힘들죠. 이토록 세련되고 우아한 할머니가 ZARA를 재해석하니 믿음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댓글을 보면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건, 불안함을 해소해 줄 시니어 롤모델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요? 그간 기성 미디어에서 주목하던 캐릭터는 분명 아니니까요. 조 매니저는 이 현상을 두고 "젊은이들이 무조건 기성 세대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롤모델을 필요로 했던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하는 꼰대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시니어를 원했던 거죠. 유튜브가 발굴한 세대적 니즈입니다.
 
나이는 많지 않더라도 걸크러쉬를 앞세운 언니 롤모델도 강세입니다. '알고보면 간지나는/간단한 지식'이라는 콘셉트 하에 해외 스타들의 이슈거리들을 소재로 다양한 생활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알간지〉가 그 예입니다. 알간지는 귀엽지만 시크한 목소리로 소신 있는 개념 발언을 하고, 명언제조기라고 불릴 정도로 용기를 주는 말들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10대 구독자들이 알간지를 '언니'라 부르며 따르고 있습니다.
 
요즘 10대들은 sns로 세상과 굉장히 많은 부분 연결돼 있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상 속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알간지는 이 점을 잘 활용해 콘텐츠화 했는데, 바로 '20개의 질문 287,995여개의 답변'입니다. 그간 알간지의 걸크러쉬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따뜻한 동네 언니 느낌이 가득한 영상입니다. 

 
10대들이 일상 속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콘텐츠로 만든 〈알간지〉의 영상 '20개의 질문 287,995개의 답변'

10대들이 일상 속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콘텐츠로 만든 〈알간지〉의 영상 '20개의 질문 287,995개의 답변'

 
이렇게 정성 들여 답을 해주면서 10대와 소통하고, 평소 콘텐츠를 통해 10대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다 보니 진성 팔로워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외국에서 많이 쓰는 영어 표현을 알려주던 알간지의 처음 행보에 비해서는 특정 세대의 롤모델로서 색깔을 갖추며 진화를 한 셈이죠.
 
이들이 모두 여성 롤모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사회가 여성 롤모델을 필요로 함에도 그간 여성 롤모델을 많이 볼 수 없었던 건, 이들이 실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청자와 만날 채널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성 예능인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방송이 줄어들자 '자신이 직접 판을 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비보tv〉를 만든 방송인 송은이의 사례처럼요. MZ 세대를 타깃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한다면, 이러한 시대적 니즈와 감성을 잘 익혀야 하지 않을까요.
 

3. 브이로그는 도대체 왜 볼까

 
영상으로 쓰는 일기, 브이로그는 ‘Broadcast yourself’라는 유튜브의 슬로건을 가장 잘 구현한 유튜브적인 장르죠. 요즘에는 메인 콘텐츠가 브이로그가 아니던 채널도 너도나도 브이로그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밀라논나〉 채널 역시 할머니의 정갈한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던질까 말까 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춰 보기’ 등 하드 챌린지류로 유명한 〈짱재영〉도 하드 챌린지류와 동일한 개수로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습니다. 튀는 콘텐츠로 눈길을 끌고, 브이로그를 통해 구독자로 안착시키는 거죠.
 
이렇듯 브이로그를 보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실 브이로그를 보는 사람도 가끔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스펙터클한 스토리도, B급 병맛 캐릭터도 나오지 않는 밋밋한 브이로그를 도대체 왜 보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브이로그 속 반 발짝 앞선 누군가의 일상을 따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명품백이 꽉 찬 드레스룸, 거실만한 주방이 나오는 일상은 너무 넘사벽이라 그저 저세상 이야기 같습니다. 차마 따라할 수 없어 그렇게 부럽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소소한 일상을 정갈하게, 아주 조금 더 특별하게 꾸려가는 브이로그를 보면 저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오히려 남들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걸 확인하면서 ‘내 삶도 나름 괜찮다’는 위로와 안정을 찾기도 해요. 그래서 나와의 접점이 많은 보편적인 주제의 브이로그가 꾸준한 사랑을 받습니다.
 
조 매니저는 “채널의 주인과 시청자가 댓글로 소통하는 다른 채널들과 달리, 브이로그는 영상이라는 콘텐츠와 시청자가 소통하는 형태”라고 말합니다. 똑같이 각자 일상을 살고 있으면서 브이로그에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이 나오면 정보를 얻기도 하고, 브이로그에서 요리를 하면 나도 밥을 먹을 채비를 하는 것이죠.
 
저자극 힐링 콘텐츠라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긴 호흡의 브이로그를 일상 속에서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곤 합니다. 내 일상의 백그라운드로 다른 사람의 일상, 브이로그를 틀어두는 것이죠. 브이로그 속 정제된 화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인데요. 소재가 튀지 않고 떠오르는 감정이 잔잔하기에, 오히려 질리지 않고 오래 브이로그를 즐길 수 있어요. 자극적이고 빠른 편집점을 지닌 콘텐츠가 대세인 유튜브의 일반적인 흐름과 정반대의 현상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폰 사고 마켓컬리로 세끼 먹는’ 일상이 담긴 〈트위티〉의 브이로그. 23분 동안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데도 이 영상을 57만 명이나 봤습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폰 사고 마켓컬리로 세끼 먹는’ 일상이 담긴 〈트위티〉의 브이로그. 23분 동안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데도 이 영상을 57만 명이나 봤습니다.

 
또한 영상 특유의 '진정성'도 브이로그를 보는 이유가 됩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은 셀카뿐만 아니라 요리나 인테리어 사진까지 모두 보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상은 다르죠. 모든 장면을 보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보니 브이로거의 리얼리티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기사의 일상을 담은 〈택배아저씨〉의 브이로그 영상.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브이로그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택배기사의 일상을 담은 〈택배아저씨〉의 브이로그 영상.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브이로그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편, 요즘에는 대형 화물 트럭 운전사나 잠수부, 원양어선 선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브이로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모르던, 앞으로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브이로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을 엿보고 싶어 브이로그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유튜브 채널 〈조나단〉의 영상

유튜브 채널 〈조나단〉의 영상

 
보통 기성 방송에서는 이들의 남다른 점만 강조해 일회성으로 소개하는 데 그칩니다. 반면, 유튜브 브이로그는 짧은 방송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일상적인' 면면을 보여줍니다. 연예인 한예슬, 12년간 한국에서 지낸 콩고 왕자 조나단 등 방송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지던 모습을 넘어 인간 한예슬, 인간 조나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타인이 대상화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하는 자기 얘기가 대게 더 진정성 있기 마련이고요.
 

4. 라디오처럼 듣는 유튜브

 
한동안 영상 콘텐츠에서는 청각적 요소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소리를 아예 켜지 않고 보는 이들이 많았고, 이에 따라 자막이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그간 사각지대였던 시간대와 상황에 유튜브를 재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듣는' 유튜브도 그중 하나입니다. 굳이 화면을 보지 않고 청각으로 유튜브를 즐기는 거죠. 시청 환경이 다르면 콘텐츠 특징도 달라져야 합니다. 유튜브를 듣는 이들을 공략하며 '사운드'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채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GRWM(Get Ready With Me) 콘텐츠가 대표적입니다. 학교 가기 전, 출근하기 전 나갈 준비를 하는 영상인데요. (후략) 
 
메이크업, 옷 갈아입기 등 다양한 GRWM 콘텐츠가 있습니다.

메이크업, 옷 갈아입기 등 다양한 GRWM 콘텐츠가 있습니다.

 
※ 이 스토리는 〈마케터의 유튜브 활용법 101〉 폴인스토리북 1화 중 일부 내용입니다.  
 
■ 유튜브만 잘봐도 요즘 트렌드가 보인다! 요즘 유튜브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고 싶은 마케터들의 오프라인 살롱, 유튜브코드에서 4주간 오고간 이야기를 폴인이 정리했습니다. 총 30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여행에 미치다’의 조병관 브랜드 매니저와 각 분야 마케터, 브랜드 담당자, 콘텐츠 제작자 등이 만나, 유튜브 콘텐츠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을 옮겨 담았습니다. 지금 폴인멤버십에 가입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