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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당뇨발'정복에 도전…3D프린팅, 바이오와 일낸다

중앙일보 2020.06.30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75)

25년 전 전공의 시절 수술 방에서 있던 일이다. 친구의 어머니였던 환자는 다리절단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이 괴사되는 ‘당뇨발’ 때문에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바이탈 사인이 흔들리는 가운데 수술은 진행되었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그 후 의족을 착용하고 열심히 재활훈련도 했지만, 친구 어머니는 노력한 보람도 없이 6개월 후에 반대편 다리도 절단해야 했다. 결국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가슴 아픈 기억이다.
 
당뇨발은 이렇게 무서운 질환이다. ‘당뇨발’이란 당뇨병 환자의 발에 염증 및 괴사가 진행되는 당뇨 합병증이다. 당뇨발이 생기는 이유는 오랜 기간 고혈당으로 인해 말초혈관과 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신경 손상으로 발에 감각이 떨어지니 상처가 생겨도 느끼지 못하고, 한번 생긴 상처는 혈액순환이 좋지 않으니 쉽게 낫지 않는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이 생길 정도로 흔하고, 일단 발에 괴사가 생기면 절단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평균 2000여명이 당뇨발로 인해 족부 절단술을 받을 정도로 수술 확률도 높다. 사망률도 암보다도 높아서 2003년 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때문에 발에 궤양이 발생한 경우 5년 후 사망률이 43~55%이고, 절단하면 5년 내 사망률이 74%에 이른다.
 
당뇨발 치료에는 드레싱, 음압치료, 고압산소 치료, 피부이식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지만, 아주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그나마 완치도 어려운 현대의학으로 잘 정복이 안 되는 질환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바이오기술과 의료를 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사진 Pixabay]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바이오기술과 의료를 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사진 Pixabay]

 
국내 한 회사가 난치병인 당뇨발 정복에 나섰다. ‘3D프린터를 이용한 당뇨발 치료방법’은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해 치료 기간과 완치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되는 첨단 기술로 전 세계 약 4000만 명의 당뇨발 환자와 글로벌 40조 원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치료 절차는 먼저 3D스캐너로 손상된 부위의 형태를 정확하게 스캐닝한다. 첨단기술이 접목된 3D프린터는 본인의 지방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Extracelluar Matrix)이 포함된 ‘바이오잉크’를 이용해 3D로 스캐닝 된 손상된 부위를 그대로 프린팅한다. 프린팅된 인공피부를 손상된 부위에 덮어 주었을 때 기존의 치료방법에 비해 빠르고 완벽하게 손상부위를 재생해냈다. 이 모든 과정이 수술실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되고 안전하다.
 
이러한 3D프린팅 기술과 바이오기술의 만남은 미래의학의 한계를 넓혀 줄 기술로 주목된다. 인공피부 재생술은 당뇨발 뿐만 아니라, 화상 욕창 등 피부가 크게 손상되었을 때 유용하다. 뿐만 아니라 실험단계이긴 하지만 관절연골을 3D프린터로 프린팅해내는 기술은 향후 당뇨발 환자의 10배 이상을 차지하는 무릎관절염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닳아서 떨어져 나간 연골 부위를 프린팅해 메워줄 수 있다면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바이오기술과 의료를 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런 좋은 흐름이 왔을 때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바이오와 의료가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등이 되면 규제보다 한걸음 앞서 나갈 수 있다. 제도라는 것은 1등이 개척하는 발자취를 따라 생겨나기 때문이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Air’'라는 곡이다 흔히 ‘G선상의 아리아’로 알려진 이곡은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 G선(가장 두꺼운 현) 한 줄에서만 연주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곡은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곡으로 이용되고 있다. 영화 ‘세븐(Seven)’은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극 중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도서관에서 고뇌하는 장면에서 G선상의 아리아는 잔잔히 흐른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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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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